바람은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기상청이 동서남북 사방을 세분화 해서 16 방위의 풍향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이나 지형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 남풍을 마파람이라 하고, 동풍을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된바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봄에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바람은 마파람도 샛바람도 아닌 높새바람이다. 이 바람 때문에 큰 산불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높새는 일반적으로 푄(fohn) 현상으로 이해한다. 푄은 원래 알프스의 북사면(北斜面)을 향해 불던 따뜻한 남풍을 부르던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돼 지금은 산을 넘어 불어내리는 건조한 국지풍(局地風)을 부르는 용어가 됐다.

강원도에서는 이 바람을 다르게 ‘양간지풍(襄杆之風)’이나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부른다. 태백산맥을 넘어 강원도 양양과 고성 간성, 양양과 강릉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특별히 부르는 이름이다.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는 데다 속도까지 빠르다. 영서 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양간지풍이 불 때 영동 지방과 영서 지방의 기온 차이는 4℃ 이하가 전체의 55%, 4~10℃인 경우가 39%, 10℃ 이상인 경우도 5% 정도나 된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 산불이 나면 불길을 잡기가 여려워 큰 피해를 낸다. 강원도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축구장 면적(7140㎡) 164개와 맞먹는 산림이 잿더미가 된데 이어 28일에도 고성군에서 산불이 발생, 40㏊의 산이 화마에 소실됐다. 

경북 동북 산간과 해안 지역도 봄 산불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 포항 시내 아파트에까지 불길이 날아들고 주변 산들을 온통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강원도 산불이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올 들어 이달 28일까지 대구·경북지역에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42회의 산불이 발생해 32㏊의 산림이 재로 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횟수는 7회, 피해면적은 18.5㏊가 늘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피해가 크다. 자나 깨나 산불 조심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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