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관련자·외부 청탁자로 수사 확대 예상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채용 청탁자 이름과 요구사항을 표로 만들어 관리한 대구은행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칼날이 더 매서워지고 있다.

11차례에 걸쳐 채용비리(업무방해)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전 인사부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고, 결재 라인에 있었던 부행장급 전직 임원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앞으로 전·현직 관련자뿐만 아니라 은행 임원에게 채용을 부탁한 외부의 청탁자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조짐이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28일 전 인사부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채용 단계별 점수표가 든 파일을 복원하지 못하도록 디가우징하는 등 이미 증거인멸 행위를 한 데다 인사부 직원들에게 채용서류 원본 폐기를 지시하는 등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후 2시 30분 열린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전 인사부장과 인사채용담당자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대구지법은 22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범죄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 중에 대구은행 인사지침에 ‘담당본부장이 필요에 의해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개경쟁시험으로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 부분이 있는데, 공공성이 있는 기관인 은행이 구멍가게 직원 뽑듯이 영업본부장 마음대로 특채할 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외부 청탁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허술한 인사지침 때문에 채용비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구지검은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 당시 임직원 자녀 3명 사례 외에 2015년과 2017년 비슷한 형태의 비리 정황 사례 수십 건을 추가로 포착했다. 지난달 9일 1차 압수수색 때 인사부서에서 보관 중이던 청탁 리스트도 확보했다.

2015년부터 2년간 인사와 총무업무를 총괄하는 영업지원본부장을 지낸 전 부행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해당 임원은 “변호인을 대동해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며 “채용 관련 업무프로세서와 인사지침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고, 충분히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인사부장을 지낸 전 부행장과 부장 등 2명, 인사채용담당자 2명 등 모두 4명을 입건했으나, 전·현직 관련자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최태원 2차장검사는 “인사 결재 라인에 있는 임원이 청탁을 받고 결격 사유가 있는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공소시효 7년을 고려해 2011년 3월부터 7년간의 인사 관련 자료를 분석해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30억 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수사와 관련해 지난 26일 첫 압수수색을 벌여 DGB 금융그룹 부인회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인회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비자금의 세탁창구로 활용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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