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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예견되지 않았던 북·중 정상회담과 시진핑의 특사 양제츠 방한 등 한반도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국, 북한, 중국 간의 물밑 접촉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같은 3개국 간의 급진적 물밑 접촉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4일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하고 새 국무장관에는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을 내정하는 등 외교 안보라인에 초강경 매파(super-hawk)로 꼽히는 인물들로 ‘전시내각’ 체제를 갖춘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 새 안보라인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트럼프에게 직간접으로 대북 선제타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수파의 대표적 네오콘으로 꼽히는 인물들로 ‘비상내각’을 꾸렸다.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이들이 앞으로 대북 협상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에 북한과 중국 측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이 자칫 당사국인 한국, 북한, 미국과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EU 등 국제사회의 입장에서는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볼만한 구경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사실상 서구 국제사회에는 첫 얼굴을 내미는 김정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사는 그 어떤 유명인보다도 흥미롭고 눈길을 끄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독재체제를 오롯이 넘겨받아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돌봐준 고모부에게 억지의 죄를 뒤집어씌워 총살형을 시키고 해외를 떠돌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등 지난 7년여 동안 저질러온 인면수심의 독재자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이 트럼프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회담에 임할지가 국제사회의 궁금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참모진 구성은 미·북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날 경우에 대비한 국가안보팀으로 짜여 졌다.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볼턴 내정자는 최근 자신의 대북정책이 초강경 쪽이라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은 이제 다 과거의 일”이라며 “정직한 중개인으로서 대통령에게 폭넓은 옵션을 제시하겠다”며 초강경 이미지에서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그에겐 군사력을 앞세운 네오콘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과거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차관과 유엔대사를 지내며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이라크 전쟁을 주도하고 대북정책에 강경 노선을 고수해 왔던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수시로 백악관을 드나들며 북핵 문제가 쟁점으로 이슈화되자 “북한이 미국의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추기 전에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등 강경한 외교 안보 정책을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폼페이오도 대통령에게 매일 아침 보고하는 국제정세 보고서에서 “올해 3월 말까지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할 것”이라며 ‘올 3월을 북핵 해결의 데드라인으로 설정’ 한 신 보수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 등 세 사람의 대북한 정책은 한마디로 죽이 척척 맞는 인물들이다. 이들 3인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젠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회담이 취소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며 파국의 책임으로 북한에 군사옵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정황은 주한미군이 다음 달 열리는 한·미 군사훈련 때 미군 가족 등 민간인을 한반도에서 해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고 이 작전에는 최초로 민간인 100여 명을 미 본토로 직접 실어나르는 실전과 같은 연습도 함께 한다. 이제 트럼프의 대북 군사옵션의 시계 초침이 정상회담의 파행에 대비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때맞춰 북한의 김정은도 시진핑의 초청으로 급하게 베이징을 방문하는 등 만일을 위한 대비책 세우기에 온갖 지략을 짤 것이다. 5월이 다가올수록 한반도에는 평화보다는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과연 트럼프의 이 초침이 어느 시점에서 멈출지는 김정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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