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광수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포스코가 다음 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뜻과 타고난 운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공자가 살던 시절에는 40세에 불혹(不惑)을 50세에 지천명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은 유혹도 많고 운명을 거스르는 실수도 많이 한다. 포스코가 지난 10년간 갖은 유혹과 시련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을 봐도 그렇다.

포스코의 타고난 운명은 철을 만드는 일이고 그 업(業)을 포항에서 뿌리내려 지역 사회를 발전시켰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필자도 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포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포스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창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1968년 4월 포항 영일만의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포스코는 오늘날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영일만 신화를 창조한 배경에는 포스코인의 노력도 컸지만 지난 반세기 포항지역사회의 묵묵한 성원과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포항시민들과 반평생 동반자로서 신뢰와 존중의 상생 관계를 이어왔다.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함께한 50년, 함께 할 100년’의 구호가 와 닿는 것도 둘의 운명적인 관계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동반성장해 온 포항시는 그동안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4월 한 달을 ‘포스코의 달’로 정하고 범시민 화합·상생 발전을 위한 축하·기념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포스코도 이에 화답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런 훈훈한 광경 연출이 반가우면서도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가진 포항은 철강업의 장기적인 침체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포항의 철강 업체 일부는 부도가 났고 상당수 업체는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이 쇠퇴하자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급속한 고령화, 잇따른 지진으로 인한 불안 심리 확산과 인구감소, 도시 공동화 현상 등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가 가장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사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한편 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시민들의 단합된 마음과 성원이 필요하다.

그 구심점 역할을 포스코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스코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포항을 공동 운명체로 인식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는 한편 포항시민의 긍지와 애향심을 높여줄 수 있는 화합과 축제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자도 오십이 되어서야 하늘의 뜻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하늘의 뜻은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본다. 지천명을 맞은 포스코가 해야 할 명(命)은 철을 더욱 잘 만드는 업(業)에 매진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성원과 희생을 아끼지 않은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속해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마음들이 지금의 포스코를 만든 토양이고 자양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자가 본인의 운명을 알고 그 뜻을 실천한 것이 그로부터도 18년이 지난 68세 때라고 한다. 포스코 역시 이번 창립 50주년을 맞아 무에서 유를 창조한 포스코 창립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포스코와 포항이 백년해로해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앞장서야 하겠다. 포항 시민이자 포항경제를 이끌어온 한 사람으로서 포스코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발전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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