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함이 사라졌다 아이는 다 컸고 태어나는 아이도 없다 어느 크레바스에 빠졌길래 이다지도 조용한 것일까 제 몸을 깎아 우는 빙하 탓에 크레바스는 더욱 깊어진다 햇빛은 엷게 져며져 얼은 안에 갇혀 있다 햇빛은 수인처럼 두 손으로 얼음벽을 친다 내 작은 방 위로 녹은 빙하물이 쏟아진다



꽁꽁 언 두 개의 대륙 사이를 건너다 미끄러졌다 실패한 탐험가가 얼어붙어 있는 곳 침묵은 소리를 급속 냉동시키면서 낙하한다 어디에서도 침묵의 얼룩을 cw을 수 없는 실종 상태가 지속된다 음소거를 하고 남극 다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내레이션이 없어서 자유롭게 떨어질 수 있었다 추락 자체가 일종의 해석, 자신에게 들려주는 해설이었으므로



(후략)





감상) 서서 오줌 누는 꿈을 꾸었다. 젖은 아랫도리가 강이 되고 나는 내 다리가 둥둥 떠가는 강을 보았다.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다리가 멀어질수록 나는 크게 손뼉을 쳤다. 그러면서도 자꾸 생각하는 것이었다. 왜 다리를 버리고 싶은 걸까, 강은 점점 넓어지고 나를 부르는 내 목 소리를 들으며 나는 사라지고 있었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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