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경 변호사.png
▲ 박헌경 변호사
대통령 개헌안이 지난 3월 26일 발의되었다. 국회에서의 개헌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청와대가 마련한 개헌안이지만 수정없이 찬반투표만 가능하므로 국회 재적의원 2/3 찬성이 되어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만으로도 재적의원 2/3 찬성은 어렵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를 재촉하는 계기는 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현행 헌법이 군사정부의 독재를 끝내고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함으로써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정착시켰고 민주화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시켰으나 5년 단임제로 인하여 국정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중장기 국가전략사업계획의 수립과 실천이 어렵게 되는 등 문제가 크게 발생하였으며,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대한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여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21세기 선진국가에 걸맞게 현행 헌법을 새롭게 수정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개헌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의 분배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우리가 독재나 전체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이상 권한은 되도록 나누고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면권을 좀 더 줄이고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신 국회에서 간접선거로 뽑거나 아니면 대통령과 총리를 동시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아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총리는 경제와 내치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고 총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되고 있는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대통령 개헌안 중 눈에 띄는 것은 토지의 공개념을 개헌안에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보수진영에서는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를 채택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반대가 있다. 토지 공개념은 노태우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너무 상승하여 토지로 인한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자 이를 막기 위하여 처음 도입된 것으로 개발이익환수법,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 등이 있다.

바탕이 튼튼한 민주주의 국가의 형성과 부강하고 공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중산층이 많고 뿌리내려야 한다. 부와 토지를 소수가 장악하고 대다수 국민은 빈곤한 국가는 결코 성장할 수 없고 쇠퇴와 폐망의 길을 걷게 된다. 중산층이 많고 튼튼한 항아리형 분포의 소득구조가 될 때 국가는 발전하고 성장하여 그때 민주주의도 제대로 잘 작동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농지는 소수의 양반 지주들에 의하여 장악되고 대다수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하여 수확량의 절반을 소작료로 내놓아야 하였고 일제 강점기에는 소작료가 수확량의 80%를 넘는 경우까지 생겨나 국민의 대다수인 농민은 피죽으로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해방 후 이승만 정부 때 조봉암 등의 노력에 의하여 1949년 6월 21일 농지개혁법이 제정되어 가구당 보유할 수 있는 농지가 제한되었고 초과 농지는 다른 농민에게 분배되었으며 소작농은 수확량의 30%를 5년간 내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어 대다수 농민이 자작농이 될 수 있었다. 그 후 인구증가로 늘어난 잉여 노동력이 박정희 정부 때의 경제발전으로 산업일꾼으로 나서게 되면서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크게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중산층이 두꺼워지면서 이들에 의한 민주화 요구와 민주항쟁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대한민국이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국가가 되고 선진국의 문턱에 서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지가 소수의 부유층이나 정보를 가진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되어 부동산가격을 올리고 빈부 격차를 키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막고 건전한 시장경제를 보호하고 중산층을 살리기 위하여 토지에 대한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