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황제 등극 예고편은 2016년에 있었다. 중국정치 진로를 가름할 수 있는 ‘핵심(核心)’이라는 정치용어가 사라진 지 10년 만에 부활했던 것이다. 사물의 중심을 가리키는 핵심은 중국정치에서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서 결단을 내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핵심’은 한마디로 어떤 사안에 대한 가부(可否)가 결판나는 것이다.

중국 정치에서 집단지도체제의 리더를 뜻하는 용어로서 ‘핵심’이 등장한 것은 덩샤오핑 때다. 마오쩌둥은 ‘선도자’나 ‘조타수’로 불렸다. 문화혁명시대엔 “마오 주석을 우두머리로 하는 당 중앙”이란 말이 사용됐다. ‘핵심’이란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천안문 사태’ 때 원로그룹을 대표하는 중앙고문위원회 주임이었던 천원(陳雲)이다. 천원은 중앙고문위 회의 석상에서 “덩샤오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을 굳건히 지키자”고 외쳤다. ‘핵심’의 탄생이었다.

‘핵심’이 정치용어로서 공식화 된 것은 덩샤오핑에 의해서다. 천안문사태를 평정한 뒤 덩샤오핑은 장쩌민, 리펑, 차오스(喬石) 등 제3세대 영도집단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덩은 이 자리에서 “어떤 영도집단도 하나의 핵심을 지킨다. 제1세 영도집단의 ‘핵심’은 마오쩌둥 주석이었고, 제2세대의 ‘핵심’ 나다. 그리고 제3세대 영도집단의 ‘핵심’은 장쩌민 동지다”라고 선포했다.

‘핵심’은 단결력과 구심력의 상징으로 집단지도체제는 결단력을 갖춘 ‘핵심’이 있어야 비로소 영도력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쩌민 시대까지 존재하던 ‘핵심’은 그 권력을 이어받은 후진타오 때 사라졌다. 약세 리더로 평가받은 후진타오는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지 못하고 분산해서 다스렸다. 후진타오에 의한 치세를 ‘구룡치수(九龍治水)’라 했다. 아홉 마리 용이 물을 다스리듯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중국을 이끌었다는 평가였다.

후진타오 10년 세월 동안 잊혀 졌던 ‘핵심’이 시진핑 집권 3년 만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 집권 후 권력집중에 질주한 시진핑은 권력의 완성을 타고 ‘핵심’으로 비상했다. 최근 전인대회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주석에 선출된 시진핑은 집권 5년 만에 ‘핵심’에서 1인 천하 황제로 승천 황제몽(夢)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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