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 비율이 높았던 서울지역 주요대학들이 2020학년도에는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거나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교육 당국이 1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수시 확대’ 기조를 역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 소재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시 모집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교육부 김춘란 차관이 현재 고 2가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는 마감날을 며칠 앞두고 총장을 만나거나 입학처장에게 전화로 정시 정형 비율을 확대해 달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김 차관이 연락한 대학은 서울 소재 10개 대학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을 백년대계라 했는데 정상적인 의견 수렴 절차나 공문 하나 없이 수년간의 정책 기조를 역행하는 정시 확대 요청을 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일선 대학의 행정 제재와 재정 지원 권한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대학들이 속속 입시 정형에서 정시 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세대는 1일 2020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전 폐지하고 정시모집 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동국대도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성균관대는 정시모집은 늘리되 최저학력 기준은 일단 유지키로 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정시모집 비중을 축소하면서 학종 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 인원을 늘리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교협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은 수시모집으로 2016학년도에 전체 모집인원의 67%가량을 뽑았지만 2019학년도에는 76%를 선발한다. 이에 따라 정시모집 비율은 20%대 초반까지 줄었는데 이러한 대입 전형 기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일선 대학에서는 현 정부가 공약으로 추진해 온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현재 두 과목인 수능 절대평가 과목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오는 8월로 발표를 미뤘다. 수능을 절대평가 하면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제 와서 정시를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은 가뜩이나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지 불안해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간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부모 도움이나 사교육을 받으며 ‘만들어진’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며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을 수렴해서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발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의 일부 대학들에 구두로 교육 정책 기조를 바꾸는 정책을 펴서야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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