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jpg
▲ 김종한 수필가
최근 성폭행, 성추행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 확산과 여파로 평생을 몸담아 신의 직장이라고 부러워하는 공직의 장 자리도 잃고, 작품이 생계수단인 작가와 감독도 공들여 쌓아온 재능 업적을 하루아침에 해장국 먹듯이 단번에 흔적조차 없애려는 것을 보며 심히 걱정된다. 물론 도덕적 윤리적으로 흠이 없으면 좋지만, 인간이기에 하늘을 우러러보며 부끄럼 없이 똑바로 살기란 성인군자도 힘 든다.

잘못된 부분도 다 인간이 만든 업보며 지나온 역사적 과정이다. 정도(正道)로 살고 진실을 밝혀 역사적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되풀이되지 않도록 선악이 공존하여 엮기며 사는 것이 세상살이다. 선(善)은 약간의 양념인 악이 있기에 돋보이고 더 큰 죄 예방의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처럼 좋은 것만 있고 나쁜 것은 지우고 없애고 하면 당장은 깨끗할는지 몰라도 나쁜 것은 논에 피처럼 또 생기게 마련이다.

거북등처럼 논밭이 갈라지는 가뭄을 겪어봐야 물의 소중함을 안다. 죽고 싶도록 질병의 고통을 경험해야 건강이 소중함을 알듯이 추잡한 행동으로 밑바탕까지 송두리째 지우고 없애는 즉흥적인 발상은 위험하다. 너무 맑아도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오류는 더 맑은 사회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환갑을 넘어 반평생을 훌쩍 넘도록 살아보니 선악도 시대 흐름에 따라 뒤바뀌기에 역사적 판단은 후대의 몫이다. 내가 어릴 때는 아이를 못 가지면 소박당하고 외국인 며느리 혼사는 족보에 먹칠한다고 상상조차 못 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세상이 급속도로 달라졌다. 키우기 힘들고, 가냘픈 몸매 유지를 위해 자식도 노(no)다. 자기의 앞가림도 힘든 세상에 자식을 키우는 뒷바라지보다 자신의 자유로운 삶이 먼저다. 외국인 며느리 혼사도 호락호락하고 만만치 않다.

돈 때문에 우리 고장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이 옥살이를 하고 검찰 조사를 받는 참담한 현실이 시·도민을 슬프게 하고 있다. 정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죗값을 달게 받아 선진사회로 나아 가야 한다. 물론 실책도 있지만 잘한 부분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3수 만에 극적 유치로 문재인 정부가 남북 동시 입장으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청계천 복원도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최대 업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를 잘살게 한 노인에게 매달 노인 기초연금지급은 잘한 치적이다.

전직 대통령 대부분 돈이 개입된 측근의 맹종으로 잘못를 많이 범하여 옥살이하고 나와도 국민의 대접을 못 받는 처량한 신세다. 미투 영향을 받아 전임 대통령의 흔적도 지우려고 하지만 생가만은 백년대계로 보면 보존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연산군도 폭군으로 행적이 생생히 떠올라야 경종을 울려 답습이 되지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명언이 있다. 몇 분 되지 않는 대통령의 생가는 과거사 지우기에 법으로 보호하여 영구 보존 가치가 크다. 후대 역사적 판단과 공과 과를 가감 없이 기록하여 실정(失政) 재발 방지하는 교육장이 국익에 보약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