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으로 우리 사회에서 군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상생활 속에 군대문화가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대화는 ‘축구와 군대 생활 이야기를 빼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군대문화의 특징은 획일성과 집단성, 상명하복의 계급의식이다. 이 같은 군대문화는 조직의 통솔이나 효율적인 업무의 수행 등에 일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조직원들을 괴롭히는 가학적인 형태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 대학에서 학과 여자 선배들이 수련모임(MT) 행사에서 1, 2학년 여학생들에게 머리를 땅바닥에 박게 하는 속칭 ‘원산폭격’을 시켰다. 지난달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모 유원지에 MT를 갔다가 밤늦은 시간 여학생 숙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조교 겸 4학년생인 A양과 다른 4학년생 B양이 “교수님이 얘기 중인데 떠들었다”며 1·2학년 여학생들에게 “모두 머리(XX리) 박아”라 소리치며 원산폭격을 시켰다는 것.

‘원산폭격’은 한국전쟁 당시 ‘1.4후퇴’로 불리는 흥남 철수와 관련이 있다. 흥남은 1951년 1월 4일 서울이 다시 중공군과 인민군에 의해 함락되기 직전, 남쪽으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원산에 1950년 9월부터 미군의 대대적인 폭격이 수개월째 이어질 때 많은 군인과 피란민들은 가까운 흥남으로 몰려들었다. 원산폭격 후 흥남철수가 이뤄진 것이다.

원산폭격은 비행기로 하강하며 포탄을 집중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 비행 곡선이 마치 손을 뒤로 한 채 머리를 땅에 박는 군인들의 가혹행위 때 몸의 모양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런 가혹행위를 ‘원산폭격’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군대 내에서도 금지된 행위다.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가 선배와 동기들 간 친분을 쌓고 학교생활의 정보를 나눈다는 취지와 다르게 흥청망청 술자리로 변질 되거나 막걸리 세례에 오물 먹이기, 얼차려, 심지어 성추행 등 온갖 추태가 드러나는 등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원산폭격과 같은 가학행위가 비단 구미의 한 대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지성인 다운 행동을 하게 대학이 지도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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