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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회담을 앞두고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등록일 2018년04월03일 18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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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이제 종반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2017년 1년 내내 미국과 북한은 서로 극단적인 용어가 난무하는, 일촉즉발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지난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로 갑자기 해빙무드가 익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였고 그것도 될수록 빨리 5월 중에 하자고 했다. 마침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5월에는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전망이다. 그리고 한·중·일 간의 회담, 북·일·러 간의 정상회담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외교에서의 회담은 국가 간 세력의 중요한 교차점이며 여기에는 한 국가의 이익과 운명이 많이 걸려있다. 그것은 국가 간의 힘과 전략이 접합하여 부딪치는 장소다. 그냥 만나고 사진 찍고 대화로 평화를 찾는 협상이 아니다. 일종의 전투행위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 번 싸워 백 번 모두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어떻게 적군을 이기는가? 이게 바로 외교전이며 평화협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많은 함정이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70년을 일관한 일당독재의 나라다. 우리나라와 같이 집권정당이 바뀌는 일이 없었다. 그러므로 일관성이 있다. 원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고 자신들의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전술이 탁월하며, 끈질기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가지 목표를 수십 년 추구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한국은 정권교체가 몇 차례 있었고 정책의 변화가 많으며 또 끈질기지 못하고 외교전략이 사전에 잘 노출된다. 대화와 협상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를 해왔으므로 대체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약속과 합의는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곧 잇따를 각종 회담에 임하는 북한, 중국과 한국, 미국의 기본정신과 자세가 다를 것이라는 것을 환기하려는 생각에서다. 아마 같은 용어의 해석을 두고도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성과를 결코 낙관할 수 없다.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미국은 북한과 핵 문제를 타결, 특별사찰을 통한 핵 의혹 해소, 핵 동결과 관련 시설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감시 보장,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핵연료봉 처리, 경수로 건설 지원, 대체에너지 제공, 남북대화 재개, 북·미관계 개선 등을 합의하였지만, 북한의 약속위반으로 원점으로 돌아갔었다. 이를 기억하는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를 강조하면서, “이는 필수적이며 타협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비핵화를 말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로 살짝 입장을 바꾸었다. 즉, “남한과 미국이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답하고, 평화와 안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밀한 해석이 필요한 조건을 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잘할 것으로 믿지만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김정은 등 모두 초강성이며 예측불허의 지도자가 우리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감상주의에 빠지거나 대화만이 해결책이라며 대화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의연하고 지혜롭게 이 전대미문의 상황을 돌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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