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일반 전기차 보조금만 허용···시민 선택권 제한 지적
서울·울산·창원 등은 환경부 외 지자체서 따로 보조금 지원

대구 달성군 현풍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주행시험장에 설치된 수소충전소. 대구시 제공.
대구에 사는 회사원 서모(42)씨는 현대자동차가 3월 19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FCEV·이하 수소전기차) ‘넥쏘’를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실망만 했다. 환경부의 국고보조금 225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1000여 만 원 상당을 지원받으려는 계획이 무산돼서다. 7000만 원에 가까운 넥쏘를 3000여 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전기차(EV) 선도도시인 대구시가 일반 전기차 보조금 지원은 해주지만,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씨는 “대구시는 수소전기차에는 관심조차 없다”면서 “시민들이 혜택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대구시가 나서서 제한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2117대의 전기차를 보급한 대구시가 정작 수소전기차 지원에 나서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월 19일 넥쏘 예약판매를 시작했고, 이날 하루에만 733대의 예약실적을 냈다. 올해 국고보조금 지금이 가능한 대수(240여 대)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환경부 보조금 외에 지자체가 따로 보조금을 주는 서울, 울산, 광주,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예약 물량이 몰렸다. 말 그대로 ‘돌풍’이다. 수소전기차는 일반 전기차(EV)와 달리 5분 만에 6.33㎏ 충전 가능하고, 609㎞를 주행할 수 있다. 공기청정 기술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해 ‘달리는 공기청정기’로도 불린다.

전기차 선도도시 대구는 이 대열에서 제외됐다.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 관계자는 “수소전기차를 살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전기차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수소전기차 보급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 대구에는 투싼ix 수소전기차 3대가 등록돼 있지만, 모두 방치 중이다. 대구시청와 달성군청은 보조금 50% 지원을 받아 8200여 만 원에 수소전기차를 구매했지만, 대구에 충전소가 없어 운행을 못 하고 있다. 2013년 10월 이엠코리아(주)가 북구 서변동에 연구·개발(R&D) 사업의 하나로 수전해 방식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하다 2016년 12월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폐쇄했기 때문이다. 2016년 수소전기차를 연구 목적으로 구매한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도 창원 등지에서 수소를 충전해 운행하고 있다.

정재로 대구시 미래형자동차과장은 “수소전기차 보조금 요청 민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줄 수는 없다”면서 “사업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이 충전소 설치와 운영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나서서 충전소를 설치해 운영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를 선택해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부터 해놓고 수소전기차로 관심을 돌릴 여력이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고육지책으로 달성군 현풍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이 지난해 12월 R&D 목적으로 주행시험장에 설치한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수소를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관계자는 “대구시와 협의한 것은 맞지만, 결론 난 건 없다”며 “규제개혁위원회 검토 등 연구 목적의 수소충전소를 판매용으로 전환하는 일이 쉽지 않다. 판매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선도도시를 표방한 울산시는 지난해 수소충전소 2곳을 설치한 데 이어 오는 6월에 3곳의 운행을 개시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3곳을 더 확충할 예정이다. ‘넥쏘’ 보조금도 1150만 원으로 책정해 서울(1250만 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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