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이발소 회전등이 순찰차처럼
활발히 돌고 있다
나를 기다리며 돌고 있다


생각느니, 어느 날
내가 머리를 단정히 깎고 먼 길을 가서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 것과
이발소가
문을 닫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그것은
칠 년 동안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어루만져 주던
사람과 아주 헤어지는 것


그리하여,
나는 이 앞을 지날 때마다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
저 팔십 노인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감상) 봄비다. 막 피기 시작하던 벚꽃이 빗방울에 쓸려 더러는 떨어지고 간혹은 일그러지고. 어쩌다가는 안간힘으로 그 자리에 버티고 있기도 하다. 나는 그들처럼 흐르기도 흐르다 멈추기도. 그러다 누구에겐가 안간힘으로 매달리기도 한다. 이 모든 건 벚꽃 앞을 지날 때의 일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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