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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환 문경지역위원회 위원·문경사투리보존회장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기관단체장이나 기관의 활동·업적 등을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 그중 기관장들의 마무리 말 중에 “격려했다. 당부했다.”는 말이 자주 나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꼬이게 했다.

격려(激勵)는 ‘용기나 힘 따위를 북돋워 줌’, 당부(當付)는 신신당부(申申當付)의 줄인 말로 ‘말로 강하게 부탁함’을 뜻한다. 그런데 둘 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그보다 낮은 사람에게 ‘용기나 힘을 북돋워 주거나, 말로 강하게 부탁’할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러면 기관장이라고 해서 시민들에게 ‘격려’하고, ‘당부’한다는 말이 맞는 말인지가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기관장들은 신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시민들의 대표로서 우두머리라는 신분과 시민들의 심부름꾼으로서 우두머리라는 신분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기관장들은 시민들의 대표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시민들의 심부름꾼 우두머리 신분이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선출직 기관장들에게 우두머리로서 존중하고, 그에 맞는 예의를 차리는 것은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선출직 기관장이 ‘격려’하고, ‘당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신분이 아닌 기관장들이 소위 주인인 시민들을 격려하고, 당부하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선출직이라 해서 굳이 억세고 높은 그 표현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모두가 시민을 우러르는 신분이라면 자신의 지위를 낮게 갖추는 것이 지금 시대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왕조시대, ‘짐이 국가이던 시절’이나, 나라를 빼앗겨 군국주의 ‘천황’이 쓰던 말 같은 ‘격려’와 ‘당부’라는 말을 스마트시대에, 시민이 주인인 시대에, 젊은 공직자들이 무신경하게 쓴다는 것은 너무나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아무리 굽신거리며 인사를 해 댄다 해도 그가 걸핏하면 ‘격려’하고 ‘당부’한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보도 자료를 쓰는 사람들이 기관장 소속의 공무원들인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보도 자료를 쓰는 그들의 심사에 이미 시민은 ‘지도’해야 할 무지렁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도민체전에 출전해 우리 시의 명예를 걸고 선전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고 할 때 ‘격려했다’ 뒷말은 보도 자료를 쓰는 공무원이 지어낸 말이겠는데, 그런 말을 끄집어내 쓴 것은 누구의 입장이라고 보아야 하겠는가?

이제 말 꼬리 하나도 신경 써야 할 시대다. 왕조시대의 백성도 아니요, 군국시대의 신민(臣民)도 아니요, 못 먹고 굶주려 못 배운 무지렁이들도 아니요, 시퍼렇게 눈을 뜨고 지역과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다. 시민과 공무원의 위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다.

그런데도 권력이 센 곳에서 지난 시대의 유물 같은 ‘격려’와 ‘당부’로 시민들을 대하고, 그에게 맞게 글을 쓰고 있다면, 스마트폰이 웃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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