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평균기온 훌쩍···3월 27~28일 나무심기 '적기'

지난 3월 29일 경주시 안강읍 안강 5일장에 묘목판매상들이 나무를 팔기 위해 찾는 각종 묘목을 전시해 놓고 있지만 찾는사람이 없이 썰렁하기만하다.
“식목일에 나무 안 심고 3월 말이면 나무 심기 행사 대부분 끝나요.”

4월 5일 식목일은 나무 심기를 통해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山地) 자원화를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념일이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되면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한민족대백과에 따르면 식목일을 4월 5일로 제정한 것은 이날은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문무왕 17년(677년) 2월 25일에 해당하는 날이고, 조선조 성종이 동대문 밖의 선농단에서 제를 올린 뒤 직접 농경시범을 보였던 1493년 3월 10일에 해당하는 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산림청은 식목일 제정 73주년을 맞은 올해도 모든 국민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내 나무 갖기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과 관련된 지역별 자세한 일정은 산림청 누리집(www.fore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4월 5일에 맞춰 식목 행사를 치르는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단체는 거의 없다.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는 2월 말에서 4월 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3월 2일을 나무 심는 날로 정해서 나무를 심고, 중국도 3월 12일을 식목절로 정해 임업부 주관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4일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꾸준히 오르면서 1940년대 식목일 평균 기온이 최근에는 3월 중·하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웨더가 194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강릉·광주·대구·부산·제주 등 6개 도시의 식목일 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40년대에는 제주를 제외한 5개 도시 모두에서 10도를 밑돌았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모든 지역에서 평균 기온 10도를 훨씬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식목일 평균 기온은 11.2도로, 1940년대(6.7도)보다 4.5도나 높았다. 이처럼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무를 심기 좋은 시기도 4월 5일이 아닌 3월 하순이 ‘적기’라는 것이다. 산림과학원 분석 결과도 나무 심기는 평균 기온이 6.5도일 때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9일 경주시 안강읍 안강 5일장에 묘목판매상들이 나무를 팔기 위해 찾는 각종 묘목을 전시해 놓고 있지만 찾는사람이 없이 썰렁하기만하다.

조경 전문가들은 싹이 트고 잎이 나는 때인 4월보다 앞서 나무를 심는 것이 맞고, 현재대로 4월에 심은 나무는 수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활착률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4월 5일에 식목 행사를 하면 이미 싹이 튼 나무를 심어야 하고, 묘목을 옮겨 심을 때 뿌리 생육에 지장을 줘 나무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물학자들도 4월에는 이미 꽃과 눈이 틔기 시작해 사실상 나무를 심을 수 없어 3월 27∼28일로 식목일을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산림청은 현재와 같이 4월 5일로 식목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고수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수목의 생리적 특성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식목일을 변경할 만큼 그 영향이 크지 않고, 날짜를 바꾸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며 식목일은 상징적 기념일로써 받아들이고 나무는 지역 환경에 따라 적절한 기간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산림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 산림정책 방향을 나무의 생장에 날씨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무를 옮겨 심을 때 일반적으로 나무가 가장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때가 언제쯤 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일정한 기간을 정해 식목 주간이나 식목일을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한여름에도 대형 우박이 내리고 봄철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각종 산불 발생과 조림목 고사 등 막대한 산림피해를 가져오고 있어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관 조림, 특화 조림이 필요하며 임산소득원 개발이 우선되는 산림자원 조성과 육성사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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