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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를 가다] 3. 군위 화본역과 화본마을

철길 위로 시간 내려앉은 곳…걸음마다 추억이 차곡차곡

이재락 시민기자 kyg@kyongbuk.co.kr 등록일 2018년04월05일 16시44분  
물 오른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보이는 화본역.
화본역은 경북 군위군 산성면에 있는 중앙선이 지나가는 간이역이다. 1938년 2월에 운영이 시작됐다. 지금은 하루 6회 정도만 무정차로 기차가 지나가는 아주 작은 역이 되어 버렸다. 당시 동네에 시장이 없던 산성면의 주민들을 신녕시장과 영천시장 등으로 이동시켜주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 2011년에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으로 말끔히 재단장 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화본역은 새단장을 하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만들어 지금은 당당히 군위 지역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화본역 작은공원
군위 화본역. 군위군 제공
화본역은 각종 SNS에서 감성 돋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래된 역사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을 입혀놓은 외관은 셔터만 눌러도 감성사진이 척척 나올 정도다. 평행선을 그으며 먼 곳 한 점에서 소실되는 철길 위를 걸어도 감성이 터질 것이고, 우뚝 서 있는 오래된 급수탑도 콘셉트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멋진 오브제가 될 수 있다. 나무그늘이 좋은 쉼터도 있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쉬기도 좋다.

화본역 레일카페
화본역의 한쪽에는 실제 운행되던 열차를 개조해 만든 레일카페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 열차 안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기차의 창문 앞에 놓고 사진을 찍어본다면 감성이 풍부한 사진이 만들어질 것이다.

화본역 입장권 구매
화본역 역사의 내부를 통과해 철길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1000원의 가격이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굳이 들어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선뜻 망설여질 수 있는데 한 번쯤은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쭉 뻗은 철길 위에서 멋진 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입장은 필수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승강장의 기억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기차를 기다리던, 아니 기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던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다면 반드시 들어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본역 철길
지금은 승객들이 승하차하지 않은 역이지만 승강장이 옛날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이정표도 있고, 기차를 기다리던 벤치도 그대로다. 자가용 차량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 먼 길을 떠날 때 기차는 우리네 서민들이 가장 사랑했던 교통수단이었다. 변변한 나무그늘 하나 없는 이 승강장이 아련해 보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만남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 학업을 위해서 아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안타까움이 남아 있고, 몇 년 만에 친정에 들렀던 딸을 돌려보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화본역 철길

오랜 기간 떠나 있었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설렘이 남아 있고, 낯선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자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시골의 간이역은 간신히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모습이 못내 안타까운 이유는 우리네 어릴 적 삶과 기다림,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본역으로 찾아온다. 지난 기억 속의 추억을 되찾기 위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어른들의 눈이 촉촉해지는 동안 아이들은 역 앞의 넓은 광장을 신나게 뛰어다닌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기차역에 대한 추억을 어떻게 설명을 하고 어떻게 감성을 교류할 수 있을까.

화본역 급수탑
화본역 한편에 25m의 높이로 우뚝 서 있는 급수탑도 화본역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이 급수탑은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운행되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사용되던 것이다. 그 이후에 디젤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역사의 한켠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다행히 보존상태가 좋아서 화본마의 역사적 랜드마크가 되었다. 오래돼 바랜 회색의 몸체에 방문객들이 긁어 낙서를 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추억은 마음속에만 담아두자.

화본마을 벽화
화본역을 나와 마을 길을 걸어본다. 지금 공사 중인 마을 길이 어수선하다. 버스가 지나가면 먼지가 가득 날리는데, 숨쉬기도 힘들고 짜증이 나려다가 문득 그 옛날 그 시절 또한 그랬던 것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비포장 마을 길로 버스가 지나가면 먼지투성이가 되었던 그 시절을 우리는 지나왔다.

구 산성중학교
화본역의 가까운 곳에 폐교된 산성중학교가 있다. 지금은 이 학교를 개조해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란 추억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은 유료입장으로 성인기준 2000원에 입장이 가능하다. 절대 돈이 아깝지 않으니 입장을 적극 추천한다. 옛날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넓은 운동장에는 각종 체험장과 놀이시설이 있다. 학교 앞쪽 운동장뿐만 아니라 학교 뒤쪽에도 먹거리 놀거리가 많다. 한켠에 놓인 팽이에 줄을 감고 돌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은 마냥 신기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팽이와는 다르게 당시 팽이는 줄을 감고 돌리는 기술을 익히기가 쉽지가 않았다.

옛 교실
추억의 아이템들이 가득 전시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오래된 옛 교실이 그대로 박제돼 있다. 작은 나무 책상과 걸상이 놓여 있고, 초칠을 해 닦던 나무 바닥도 그대로다. 첫눈에 펼쳐진 교실의 전경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교실의 모습, 그것과 똑같았다. 그리고 열심히 닦아대던 창문으로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도 똑같다. 한쪽에는 급훈과 태극기, 각종 표어들이 걸려 있다. 어린 시절 꾀꼬리 같던 노래를 리드하던 풍금도 한쪽에 놓여 있다.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이런 교실에서 공부했다고 말이다. 난로 위의 도시락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풍금을 어떻게 소리가 나게 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이곳에서 엄마와 아빠는 어릴 적 그 시절로 아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옛 마을

1960~1970년대 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점빵, 이발소, 전파상, 만화방 등 이제는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들을 이렇게 붙잡아 두었다. 점빵 안에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던 소품들을 두 눈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옛 기억 속에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내 재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당시로 잠시 돌아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더 어렸고, 더 아름다웠고, 더 꿈이 많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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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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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기자

    • 김용국 기자
  • 대구·경북의 영상 뉴스를 두루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