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감상)그냥 침묵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 말은 개미의 발자국 소리보다도 작은 의미를 가졌거나 떨어져 누운 꽃잎의 무게만큼도 안 되는 깊이를 가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감히 그대를 부르지 못하고 침묵합니다. 다만 이 침묵이 그대에게 들릴까봐 간혹은 발을 구르기도 합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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