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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대한민국 국민이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나라의 앞길에 대해 한두 번씩은 밤잠을 설치며 걱정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걱정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국민은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역사적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를 시발로 하여 중국의 사드 보복,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 문재인 정부 출범, 북한의 핵 개발 완성 선포, 김정은의 미국 본토 핵미사일 발사 위협, 트럼프의 북한 군사옵션 발언, 평창올림픽 개최, 북한 김여정과 김영철의 방남, 청와대 정의용 일행 김정은 방문,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 구속,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미·북 정상회담 예정 등의 세계적인 빅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오는 4월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늠할지도 모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로 회담하고 결과가 어떻게 결정지어질지에 국민의 관심 또한 만만치가 않다. 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선 핵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비핵화안을 내어놓을지 아니면 핵 검증과 폐기를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이란식 해법’을 테이블 위에 올릴지 주목이 되고 있다. 아니면 단지 김정은과의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적인 평화회담으로 끝날지도 궁금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 있을 미·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세기적 중요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문제의 단일 안건을 다룰 미·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고수해온 ‘리비아식 해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김정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한 김정은으로서는 회담 제안에 걸맞은 비핵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해법이란 것이 지난번 시진핑을 만나 의견을 나눈 뒤 나온 단계적 핵 폐기안을 내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이 상투적으로 이용해온 이런 제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면 트럼프의 반응은 어떻게 나올까.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대표적 네오콘으로 손꼽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김정은의 미 본토 핵 공격 발언 후 트럼프에 북한에 선제 군사 옵션을 주장해온 인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이 중도에 결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과 직접 대화까지 했으나 북핵 해법이 보이지 않은 만큼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명분론을 내세우며 “우리는 이제 마지막 옵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김정은에게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지난달 남-북.·미-북 정상 회담 개최가 확정된 후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도 가능하다”며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의 매듭식’ 해법을 거론하며 대북제재와 핵 동결 및 폐기 등 북핵 관련 문제들을 ‘원샷 타결’할 가능성까지 내비쳤었다. 이후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고 온후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자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식 해법’은 자취를 감추고 “비핵화는 TV 코드를 뽑듯 해결이 안 된다”고 북측의 눈치를 살피는 형세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모호한 태도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북핵 협상과 연계하겠다”며 한국 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대북공조 전선에서 한국이 이탈할 경우 후폭풍이 거세게 닥칠 것이란 확실한 시그널을 우리 정부에 보낸 것과 동시에 김정은과 시진핑에게도 ‘단계별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 지연을 노리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이제 문 대통령도 비핵화 해법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내어놓아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두고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연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국적인 결단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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