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역이었던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심경은 다른 지역민들보다 한층 안타까움과 착잡함이 컸다.

6일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에 내세운 범죄혐의 18개 중 16개가 유죄로 받아들여진 데다 최순실 등 공범들에게 이미 중형을 가한 점을 감안 충분히 예상된 형량이었지만 충격적인 결과였다. 특히 이날 공판의 1심 선고 과정은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진 않았지만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돼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국민의 관심이 큰 중대한 재판이었다지만 전직 대통령 재판이 생중계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이 앞섰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2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단죄를 보는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진 파면 결정 이후 4월 17일 기소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10월 검찰의 추가 기소와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변호인단이 사퇴하고, 국선변호인으로 교체되면서 이후 재판을 거부했다. 지난 2월 구형 때에 이어 이날 선고공판에도 불출석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은 뇌물 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죄목이다. 하지만 가장 큰 징벌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사로이 사용한 죄에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수백억 원대 뇌물을 받아 최순실 일가로 흘러가게 했거나 공문서인 청와대 비밀 문건을 민간인 최씨에게 유출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점 등이 적시됐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 운영을 망치고 궁극적으로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과 별도로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와 관련된 재판을 더 받아야 하지만 큰 의미의 심판은 1심 선고로 일단락됐다. 다른 죄가 더 보태지고, 2심이 열린다 해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제 역사의 교훈을 얻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 어김없이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 단죄는 잘못된 권력구조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여야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결핍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방안을 도출해 새로운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법정에 선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좀 더 실질적 권력구조의 개편을 이뤄야 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중앙 정부에 몰려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전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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