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빛난 것이 비늘이었던가
수양버들 그늘 사이 봄빛이었던가

섬진강 물길에는 봄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지고
은어 떼는 흰 나비처럼 자유롭다

백자 항아리에 매화 그늘 비치듯
강물을 끌어안은 은어 떼가 얼비친다

한때 불이었고, 한때 바람이었고
한때 그리움이었고, 한때 사랑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한 천년쯤 저쪽에 있는

헬리콥터 자국 같은
은어 떼 간다



감상) 정리해서 넣어 둔 겨울옷을 다시 꺼낸다. 오랫동안 보지 못할 거라 인사했던 사람과 금방 보게 될 때처럼 옷은 좀 서먹하게 피부에 닿는다. 마음으로 정리한 일들은 쉽게 제자리로 오지 못한다. 한 때 있었던 그러나 오래 손을 흔들었던 일들은 이미 내 것이 아닌 것이다. 겨울옷은 다시 겨울 속으로 돌려줄 수밖에….(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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