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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 이로 인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위협으로 인하여 촉발된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예정되면서 일단 일시 진정되는 형국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리 국민의 많은 살상을 가져올 수 있고 중국의 참전과 함께 국제전으로 비화되어 제3차대전으로도 발전될 수 있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가능한 한 막아야 하는 것이 우리 및 우리 가족의 행복 그리고 한반도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무엇보다 바람직한 일이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저서 중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그린 책이 있다.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천도 이후 천 년을 이어온 비잔틴 제국이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술탄인 메메트 2세에 의하여 멸망되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국가의 적은 안팎에 있다. 적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해주는 것은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방위력과 상대국가들과의 우호 관계이다’라는 것이다.

비잔틴 제국은 천 년을 이어오는 동안 영토를 하나둘씩 빼앗기고 마지막에는 수도 콘스탄티노플 주변과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영토 일부만 남게 되었다. 오스만투르크에 의하여 수도 콘스탄티노플 주변이 둘러싸인 가운데 비잔틴 제국은 자력으로 국토를 방위할 힘을 상실한 채 투르크에 대하여 막대한 선물과 평화 구걸로써 투르크의 침략을 막으려고 하였고 서구 기독교 국가들에 대하여는 이슬람 국가인 투르크의 침략으로부터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제국을 보호해달라고 하며 군대의 파병과 군사적 원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주 국방력을 상실한 비잔틴제국에 대하여 서구 기독교 국가들은 형식적인 체면치레만 하였을 뿐 군대 파병과 군사적 협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비잔틴제국의 내부는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의 합동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내부가 분열하여 일치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할 자세도 갖추지 못하였다. 결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대포를 앞세운 투르크군의 침공을 견디지 못하고 함락되어 투르크군의 살상과 강간, 방화로 인하여 지옥의 아수라장이 되었고 살아남은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은 대다수 포로가 되어 노예로 팔려나갔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난 후 이탈리아의 해상국가 베네치아 공화국은 투르크로부터 에게해의 제해권을 지키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투르크에 맞서 에게해에서 투르크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군비를 증강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르크의 술탄 메메트 2세를 설득하고 평화협상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은 일부 콘스탄티노플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하거나 포로가 된 군인들의 유가족에게 잊지 않고 그 보상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그 후 베네치아 공화국이 행한 행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자주국방의 방위력은 제대로 키우지 않은 채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를 무조건 도와줄 것이라고만 믿고 동맹에만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자주 국방력의 강화와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하여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북한에 대하여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과의 평화협상의 고리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접촉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남북, 북미회담을 이어 남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국이 참석하여 다자간안보협정체결과 이에 따른 비핵화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투자는 현금이 아닌 현물지원과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개발투자 등으로 남북한 상호 일자리를 창출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나오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핵심 안보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끈질기게 설득하고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과도 원활한 우호 관계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현재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대화 상대로 대화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정권이 북한 동포들의 삶과 인권을 억압하고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을 일삼았던 정권임을 잊지 말고 항상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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