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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봄 하면 꽃이고 꽃 하면 봄이다. 조용필도 윤승희도 꽃피는 새봄을 노래한다. 봄꽃 중의 백미는 벚꽃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꽃말은 절세미인이다. 새하얀 뭉게구름 같은 환호작약. 인생은 아름답다는 축복의 합창에 진배없다.

일본인은 벚꽃이 피면 돗자리를 펴고 술을 마신다 하던가. 기꺼이 동석하고픈 술자리. 멋있는 낭만의 운치라 여긴다. 벚나무는 세 번을 즐긴다고 말한다. 꽃이 만발할 때의 절정과 미풍에 날리는 꽃잎의 분분, 그리고 은막이 걷히듯 돋아나는 초록빛 새싹들. 여하튼 봄날은 간다. 아쉬움 남기고 저만치 간다.

지지난해 보름간의 중국 배낭여행을 앞두고 23권의 역사서를 읽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중국사를 조명한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한데 어느 책자든지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공자와 유가 사상’이다. 특히 ‘이중톈 중국사’는 백가쟁명 편이 별도의 한 권으로 집필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문명의 대돌파’와 ‘기축시대’를 주장했다. 삶과 죽음 같은 초월적 화두를 처리하는 인물이 나타날 때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석가모니와 유대의 선지자, 그리스의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면서 세계적 핵심 사상이 정립됐다.

역사상 입증된 최초의 중국 왕조는 상이다. 그 뒤를 이어 주나라가 건국됐고, 춘추 전국 시대를 거쳐 진시황의 통일 제국 진나라가 출현했다. 급격한 개혁 정책으로 민생이 어려워진 진이 멸망하고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다.

한의 무제는 천추만대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린다. 백가를 배척하고 유가만 숭상하기로 명한 것이다. 이때부터 중화 제국엔 국가 이데올로기가 형성됐고 이천여 년 동안 유지되는 밑바탕이 되었다.

주나라 왕실이 쇠퇴하고 제후국이 발흥하면서 전개된 춘추 전국 시대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존망을 고민하던 각국의 통치자는 부국강병의 조언자를 구했고, 능력 있는 ‘사’ 계층은 국경을 넘나들며 그들을 찾아다녔다. 당시 활약한 수많은 학파와 사상가를 ‘제자백가’라 칭한다.

그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자는 공자 맹자 묵자 노자 장자 한비자 등이다. 특히 공자가 주창한 유가는 한무제에 의해 통치 이념으로 수렴되면서, 중국은 물론 동양 전례 사회에 지대한 공명을 남겼다.

고조 유방은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최상급 예의로 공자의 제사를 지냈고, 사마천은 지성이라 일컬으며 진심으로 찬양했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도 공자의 덕치를 추앙했다. 자신의 저작에 그의 사상을 소개하고 예배당에 화상을 걸고서 기도를 드렸다.

진리는 시공을 초월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공자의 어록은 고금을 뛰어넘어 공감을 일으키는 명문이 적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무려 삼천 명이 그의 제자로 분장한 채 외쳤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든가, 인간관계에 되묻는 ‘기소불욕 물시어인’ 그리고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는 새길수록 끄덕여진다.

작년 말에 공자가 및 맹자가 종손이 유학의 고장인 안동을 방문했다. 경북 도내 종가의 종손·종부도 모였다. 공자 가문 제79대 종손인 콩췌이장은 말했다. 중국은 공산화 이후 전통적 종가 문화가 사라진 반면 한국은 옛 문화를 간직해 감회가 남다르다고. 당대의 불화를 고뇌한 공자와 유가를 매개로 맺어진 종손들 인연이 한중 우의 증진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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