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가 좋아하는 햇빛의 당도에 대해
언덕이 아껴둔 그늘의 명암에 대해
발목 깊숙이 드나드는 골목들에 대해
찢어버린 사진 속 얼굴에 대해

내 심장에 제일 해로운 건
너무 큰 언성의 하릴없는 긴 긴 대화

그 무서운 분쇄기에 몸이 끼지 않도록

입을 벌린다
비눗방울을 불거나
나뭇잎들에게 입김을 불어주는 방식
가로수들이 간격을 두고 걷는 방식으로


(후략)




감상) 햇살 아래서 여자들 몇 모여 수다를 떨었다. 한 그녀는 늦은 결혼을 한다했고 한 그녀는 맑은 봄 햇살이 싫다고 했다. 한 그녀는 여기는 참 건전한 모임이네요,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나는 무슨 말인가는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자꾸 웃었다. 한 그녀는 나에게 참 잘 웃는다고 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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