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11일 통합이사회···경영 승계 개시 결정 여부 주목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경북일보 DB
DGB 금융지주와 종속회사인 대구은행은 가장 큰 위기에 빠져 있다. ‘상품권 깡’으로 3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용도로 쓴 혐의 등으로 시작된 수사가 채용비리, 수성구청이 투자한 채권형 펀드 손실 보전 수사까지 나아갔고, 박인규(64) DGB 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지난 2일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DGB가 쑥대밭이 된 상태로다. 1967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1호 예금통장까지앞세워 창립한 대구은행의 51년 역사를 깡그리 무너뜨렸다. 가까스로 회장과 은행장 직무대행 비상체제로 전환했지만, 경영 공백은 계속이다. 11일 통합이사회에서 난국을 헤쳐갈 묘안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경영 공백 해결사는 누구

차기 CEO 후보군 선정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덕목이나 역량 2가지는?. 조직발전방향 제시, 금융 전문성, 도덕성과 책임감, 혁신성, 추진력, 소통능력, 인적 네트워크…. 대구은행이 통합이사회를 앞두고 직원 3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질문 중 하나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조직 관리능력과 도덕성·책임감을 꼽았다. 직원들을 화합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CEO를 바란다”며 “동료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DGB 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지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지주 회장 선출이 시급하다고 대구은행 내외부에서 한목소리로 나온다. 하루빨리 지역민과 고객에게 대구은행의 혁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체제를 안정화할 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사외이사 10명이 11일 통합이사회에서 차기 수장을 뽑는 절차의 시작을 뜻하는 ‘승계 개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EO 승계절차가 시작되면 이사회는 40일 이내로 CEO 후보를 심의해 확정하고 자격요건 검증 등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안건 상정 후 임시 주총 결의로 선임하면 경영승계 절차를 종료하도록 명시돼 있다.

3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대구은행의 CEO 후보군 선정기준은 DGB 금융지주·대구은행의 상임이사(상임감사 제외)·부사장과 부행장으로 재임 중인 사람을 기본 후보군으로 삼지만, 이사회에서 퇴직자나 외부인사 추천 등으로 변경이 가능해서 문제가 안 된다. 기본적으로 퇴직한 임원까지 후보군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CEO가 퇴직 임원을 포함해 내부 출신이 나을지 제3 자인 외부 인사가 좋은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보다 대구은행이라는 조직을 잘 파악하고 진단해서 사태해결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부출신이 CEO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지역 출신의 시중은행 부행장 등과 같은 외부인사를 CEO로 선출할 경우 현재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도 대구은행 내부는 물론 지역 상공인과 여론주도층 사이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은행의 한 간부는 “제3 자의 경우 자칫 낙하산 논란에 휘말려 사태해결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며 “대구은행의 수장은 지역의 기관장으로 지역사회와 호흡하려면 오랫동안 지역을 떠나 있던 이들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내부 출신은 특히 DGB 스스로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정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지배구조 개편도 뜨거운 감자

국내 은행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로 남은 DGB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제왕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 박 전 은행장의 비리가 생겨난 만큼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와 계열사 가운데 대구은행의 자산 규모가 90%를 웃도는 ‘1 은행’ 체제인 DGB의 특성을 반영해 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한 몸으로 놔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DGB 내부에서는 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분리할 경우 회장과 은행장이 의견 마찰이나 갈등으로 혼란을 겪거나 경영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지주 회장을 먼저 선출해서 하루빨리 혼란을 극복하고 체제를 정비하는 데 매진하고, 이 CEO가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하면서 분리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사외이사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하루빨리 지금의 사태를 수습할 방안 마련을 통합이사회에서 깊이 고민할 것이고, 전 직원 설문조사 결과 등 포괄적으로 반영해 지배구조 개편 등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DGB의 환골탈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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