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가장 합리적인 정치 형태로 찬양하고 있다. 또 민주사회의 의사 결정 방식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다수결의 원칙이라 한다. 가장 이상적 방법은 전원 일치이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한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판단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다수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결을 수량적 측면으로만 생각하면 올바른 소수 의견이 배척 당하는 경우가 생겨 중우정치(衆愚政治)나 다수의 횡포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다수결의 원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 가장 큰 조건은 과학적인 인식이나 이데올로기(이념, 신념 체계)의 대립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과학적인 지식이나 신념은 다수결에 의해 통일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중우정치로 흐르게 된다. 이는 이미 그리스 로마 시대 때 나라를 망하게 하는 병폐로 지적됐다. 

중우정치는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몰락을 보면서 그 원인을 ‘중우정치’ 때문이라 했다. 플라톤은 중우정치는 △대중적 인기에 집중하고 대중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며 △엘리트주의를 부정하고 다중의 정치로 흘러 사회적 병폐를 낳는다고 했다. 

교육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대학입시와 관련한 쟁점이 총망라된 ‘대입제도 개편안’을 공론화를 거쳐 8월 말까지 교육개혁 방안으로 다듬어 발표하겠다고 한다. 교육부 안은 수학능력시험 평가 방법,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통합 여부, 학생부 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 등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육부 안을 넘겨받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당장 다음 주 공론화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두고 공론화 과정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단순 찬반이나 사지선다의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입시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론화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민감 사안을 대중에게 책임을 지우는 ‘중우정치’로 치닫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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