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백만분의 일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거대해질 수 있다
분노는 내가 묻는 것이다
슬픔은 내가 먹는 것이다
사랑은 내가 비는 것이다
싸움은 내가 받는 것이다
해방은 내가 없는 것이다
나는 타오른다
나는 일어선다
나는 물결친다
나는 나아간다
나는 모든 죽음을
삼켜버린다





감상) 어쩌다가 나는 떨어진 벚꽃 한 잎이었으면 싶었다. 누가 밟고 가거나 말거나 손바닥에 잠시 얹었다. 던져버리거나 말거나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가거나 말거나 나는 나대로 흔들리다. 흩날리다 스러져가는……. 운 좋으면 누군가의 책갈피에서 천천히 말라가기도 하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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