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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를 가다] 4.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자연의 조각품에 눈호강, 시원한 파도소리 귀호강…느릿느릿 '힐링 트레킹'

이재락 시민기자 등록일 2018년04월12일 20시09분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시작 부분에 해당하는 읍천항 둘레길 입구
전국에 둘레길 걷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시군 마다 앞다투어 둘레길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대한민국 방방곡곡 둘레길 없는 곳이 없게 됐다.

경북 지역에도 다양한 둘레길이 조성이 됐다. 동해안을 잇는 해파랑길과 청송에서 영양, 봉화를 지나가는 외씨버선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무작정 걷기 열풍에 기대어 길을 만들어 내놓았지만 미흡한 곳이 많다. 억지로 길을 연결하다 보니 차도를 따라 한참 걸어야 하기도 하고, 수풀을 헤치고 지나가야 할 황당함도 부지기수다. 이정표라도 제대로 안내가 돼 있으면 고마울 따름이다. 포항 지역만 해도 한때 감사둘레길을 21군데나 조성했지만, 지금은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지어놓았을 뿐 재미도 없고 철학도 없는 둘레길이 많다.
읍천항
‘양남 주상절리길’이라 불리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경주 양남면의 읍천항에서 하서항을 연결하는 2㎞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길이다. 지난 2012년 개통해 올해로 약 6살이 된 이 길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길이다. 산책로라 하기에는 좀 길고, 둘레길이라고 하기엔 좀 짧은 모호한 정체성의 이 길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표
첫째로는 적당히 짧은 길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읍천항에서 출발해 하서항까지 왕복해도 4㎞가 되지 않아 부담이 없다. 그리고 그 짧은 길 위에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로 채워져 있다. 출렁다리는 작고 아담하지만, 적당히 재미가 있고, 최근 완공이 된 전망대도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출렁다리
둘째로 누구나 걷기가 좋은 길이다. 산행 수준의 가파른 길이 없고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다. 슬리퍼를 신어도 좋고, 하이힐을 신어도 부담 없이 걸을만한 곳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길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일 것이다. 길의 구성도 다양하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도 있고, 벽돌이 놓인 길도 있으며, 비포장 흙길을 밟을 수도 있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망데크
세 번째로 한쪽 면이 바다로 트여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동해 해변을 잇는 해파랑길의 10번째 구간 일부이기도 하다. 바다 방향으로 뻥 뚫린 공간감이 주는 시원함과 푸른 바다가 내뿜는 옥빛 청량감은 가슴속 답답함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걷는 중간중간에 전망 데크가 놓여 있어 앞을 가리지 않는 시원한 바다 풍경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9월 천연기념물 제 536호로 지정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 전경
네 번째로는 이 짧은 구간 안에 갖가지 주상절리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주상절리는 신생대 말기에 내륙에서 흘러나온 마그마가 차가운 동해를 만나며 빠르게 냉각돼 수축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기둥 모양의 암석이다. 양남의 주상절리는 그 희귀함으로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소중한 지질 유산이다. 특히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멋진 부채꼴 형태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직으로 선 것, 수평으로 누운 것, 비스듬히 기울어진 것 등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어서 학술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푸른 옥빛 바다에 검은색의 주상절리 몸체가 놓여 있고, 그 위에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비주얼은 회화 그 자체다. 또한, 괜히 길 이름을 파도소리길이라고 지었겠는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청각을 해방 시키기에 그만인 길이다. 온몸을 감싸는 자연의 오케스트라에 온몸을 시원하게 세탁해보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주는 시원한 촉각적 간지러움은 덤이다.
사진07 전망대.jpg
▲ 전망대
파도소리길 가운데 지점 즈음에 높다란 전망대가 놓여있다. 지난해 말에 완공돼 문을 열었는데 이용료는 무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양쪽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한눈에 조망이 되고, 푸른 바다도 더 크게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전망대가 있는 이 지점에는 카페도 서너 개 모여 있어서 둘레길의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길지 않은 길 급할 것이 있겠는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향기 짙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둔다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주상절리를 파도소리와 함께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파도소리길
파도소리길을 이용하기 위해 길의 양 끝 지점인 읍천항과 하서항의 주차장을 각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둘레길에도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전망대도 모두 무료이다. 사람들은 그저 와서 걸으면 된다. 짧은 길이지만 명품길이다. 전국에 수없이 등장한 둘레길 중에서도 빛나는 보석 같은 길이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종착지인 하서항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길을 걷는다. 건강을 위해서 걷기도 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산책 삼아 걷기도 한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서 길을 걷기도 한다.

▲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어떤 이유로 걷든 둘레길이 좋은 이유는 수많은 선택지에서 고민하게 되는 인생의 길과는 달리 이정표가 주어져 있고 목적지가 분명하다는 것에 있다.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여기서는 느낄 필요가 없다. 그저 걸으면 된다. 포근한 대자연의 품에 안겨도 보고, 흐르는 땀방울이 바람에 증발하는 시원함도 느껴보고, 걸으면서 느껴지는 발과 다리의 기분 좋은 통증을 느껴보는 것이다. 일상과 다른 곳, 그곳을 걸어야 할 이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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