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시간 70%, 대북문제에 집중…‘김기식 논란’은 1분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단독회담을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 도출 없이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

이날 회동은 오후 2시 30분부터 3시50분까지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날 오후 강효상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의하고, 홍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회동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옆에 나란히 앉았고, 홍 대표 맞은 편에는 강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맞은편에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각 자리했다.

회동에서는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사안부터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정국 현안이 두루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무엇보다 첫 단독회담인 만큼 서로를 존중해 깍듯이 대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주요 의제는 단연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홍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 대통령이 마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반대가 부담돼서 부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40여 분 동안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논리를 계속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홍 대표는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핵 폐기절차로 가는 것이 맞지, 유화정책을 폈다가 실패하면 어떤 파국이 올지 모른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남북문제의 해법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며 “홍 대표도 강하게 주장했고, 문 대통령도 대통령 생각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시간 20분의 회동시간 가운데 남북·북미 문제에 대한 대화가 70%였고, 국내 현안에 대한 논의는 30%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로 홍 대표가 정국 현안에 대한 요구사항을 말하고 문 대통령이 듣는 분위기였다.

특히 홍 대표는 정국의 ‘뜨거운 현안’인 김 원장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 없이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 거취와 관련한 대화 시간은 1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회동 현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을 집에 보내는 것이 아니냐’고 느꼈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원장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면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의 해임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치보복 문제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대화가 오갔다.

홍 대표는 “이명박(MB) 전 대통령까지 구속했으니 정치보복은 그만했으면 한다. 이런 식으로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상당히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추가경정예산안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저도 하나 이야기를 하자. 추경을 좀 부탁한다”며 4월 임시국회 내 추경안 처리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원내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논의해보겠다”고만 언급했다.

회동을 마칠 무렵 한 정무수석이 “추경을 확실히 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아까 당에서 논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무엇하러 또 이야기하느냐”고 했고, 이에 홍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고집이 세다”라고 받아넘겼다.

홍 대표는 회동을 마치면서 “저희를 불렀으니 다른 당도 부르시겠네요”라고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제1야당인데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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