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연속 관찰대상국 포함…"외환시장 개입 제한하고 투명하게 공표해야"

우리나라가 우려했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월에 이어 계속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유지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 발효 이후 한 번도 안 빠지고 다섯 차례 연속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다.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 또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작다고 보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환율 주권 방어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과 통화해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교역촉진법상 관찰대상국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기존 5개국에 인도가 추가됐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세 가지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고,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대미무역 흑자(2017년 230억 달러)와 경상흑자(GDP 대비 5.1%) 부분이 지적됐다.

보고서 추산으로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90억 달러(순매수 규모 GDP 0.6%)로 나타났다.

새롭게 관찰대상국에 오른 인도는 대미무역 흑자와 함께 외환시장 순매수 개입 규모가 과다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정책권고 사항으로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환경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투명하게 조속히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연평균 4%를 웃도는 한국의 강한 내수 성장세가 몇 년간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그 목적으로 한국의 대규모 무역·경상수지 축소를 들었다.

이어 “한국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더욱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경기 회복과 대외 불균형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의 비시장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미국에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점점 더 비시장 방향으로 가며 주요 교역 상대방과 장기적 세계 성장 전망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 정부는 자유롭과 공정하고 호혜적인 교역이 이뤄지도록 맹렬히 일하고 있다”며 부당한 외환 관행에 계속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다른 국가들에 대규모 무역 불균형 완화를 위한 개혁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