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항시는 의대가 없는 전국의 가장 큰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오명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보건과 건강 서비스 수준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삶의 질과도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전국 의과대학 병원 분포 현황에 의하면 포항보다 도시규모가 작은 경남 진주시(경상대학교병원)와 강원도 원주시(원주 연세대 세브란스 기독병원), 전북 익산시(원광대학교병원), 제주시(제주대학교병원) 등 4개 도시에 대학병원이 있다. 이들 도시 인구는 진주시가 35만여 명, 원주시 34만여 명, 익산시 29만여 명, 제주시 49만여 명 등으로 인구가 포항시의 52만여 명보다 훨씬 적다.

정부 여당이 지난 10일 발표한 국립공공의료대 설립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에서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포항시민들은 포항시도 의과대학병원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50만이 넘는 도시에 의과대학이 없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인력의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복지부의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은 172명이다. 지역별로 경북은 116명, 울산은 123명 등에 불과한 데 반해 서울은 267명이나 된다. 서울과 단순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포항 시민은 물론 인근 영덕 울진, 울릉 등 경북 동해안 많은 주민들이 대구와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하는 실정이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닐 뿐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아 대학병원 설립은 지역민의 생명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포항에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공단의 철강 기업이 집중돼 있어서 중대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높다. 또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해난사고 등의 위험이 상존해 대학병원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은 "도시규모가 큰 포항지역에 대학병원이 없어 의료 질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 의료계는 수준 높은 유명 의사가 오면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그 의사가 떠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천수답 의료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병원은 환자들에게는 중한 병을 치료하는 곳으로, 지역 사회에는 대표적인 공공 기관으로 인식된다. 포항시가 금주에 대학병원 유치 자문단을 발족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은 지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포항시장뿐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민이 똘똘 뭉쳐 이뤄내야 할 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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