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 텃밭 대구에 얼마나 많은 깃발을 꽂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는 한국당 후보와 싸워볼 만하다는 평가를 끌어내고 있고, 기초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 복수 추천할 정도로 민주당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 처음으로 경선에 나선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은 일찌감치 공천장을 받아든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하고 있고, 일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활 건 대구시장, 흥행은 아직

이상식(52) 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대구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냈다. 특정 정치세력에 독점 당한 대구가 쇠락한 도시로 전락했고, 대구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정치세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민주당에도 일할 기회를 달라.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면서 “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용기 있게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변화와 혁신만이 대구를 자부심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말인데, 대구의 유권자들이 그런 선택을 해달라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상식, 이승천(56), 임대윤(60) 예비후보는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의 견고한 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9일과 13일 2차례 경선 후보 TV토론 이후에도 파격적인 흥행몰이를 끌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보수진영에 대한 애착이나 향수에 기댄 50대 중반 이상 건전보수세대부터 대구의 변화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희망으로 보고 있다.

이승천 예비후보는 “후보가 확정되면 밑바닥에서부터 ‘보수 텃밭 대구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들불처럼 퍼질 것”이라면서 “이번에야말로 민주당이 대구에서 9회 말 투아웃 역전홈런을 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대쟁점인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한 민심의 향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이상식, 이승천, 임대윤 예비후보 모두 민간공항은 대구에 남기고 K-2 군사공항만 옮기자는 데 한목소리다. 특히, 집권여당의 힘을 빌어 국비로 군 공항을 이전시키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선 성공을 바탕으로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한꺼번에 이전하겠다고 공언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계획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구공항 존치로 맞서고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김부겸 등 개인을 앞세우지 말고 책임정치의 관점에서 당이 대구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보여줘야 민심이 변할 것”이라면서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가 본선에서는 당락을 좌우할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신공항과 관련해 어떠한 정책을 내놓느냐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1%도 아쉽다…선거연대 필요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서 역대 선거에 비해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며 고무돼 있다.

기초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 2명 이상 신청한 곳이 18곳에 달했고, 5곳은 경선을 해야 할 정도다. 지역구 1곳에 기초의원 2명을 선출하는 북구사선거구에는 2명의 후보를 공천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도 1차로 서구청장에 윤선진(61·여) 전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서구 선대 위원장, 북구청장에 이헌태(55) 북구의원, 수성구청장에 남칠우(58) 전 김부겸 대구시장후보 조직총괄본부장을 확정했고, 2차로 서재헌(39) 민주당 청년위원회 대변인을 동구청장 후보로 내세웠고, 남구청장 후보는 김현철(57) 전 남구의회 의장을 영입하기로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수성구청장 선거에서 수성구갑을 국회의원 지역구로 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집권여당의 효과를 남칠우 예비후보가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대리전 양상을 띤 동구청장 선거에서 30대 청년 구청장 후보의 선전도 관심거리이고, 이헌태 북구의원의 배광식(59) 현 북구청장에 대한 도전도 눈에 띈다.

중구청장, 달서구청장, 달성군수 후보를 찾지 못해 추가 공모에 나선 데다 광역의원 선거구 20곳도 추가 공모 대상 지역으로 넘긴 점은 민주당이 인물난도 함께 겪는 상황도 여실히 보여준다.

익명을 원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 비해 민주당이 대구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결과가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1% 득표율도 아쉬운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등과 연대해 정면승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은 보수를 분열시켰지만, 선거는 진보를 분열시킨다는 말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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