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소요 '청소년 창의마당' 서울에 건립 후 국가 헌납
지방분권 염원 외면한 '시대착오적 처사' 비난 여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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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소재지인 포항시가 아닌 서울시에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년 창의마당’을 조성해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포항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일 포스텍 체육관에서 가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포스코 창립 50주년 특별기념사업으로 서울시 한가운데 위치한 서울숲에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문화복합공간인 ‘청소년 창의 마당’을 조성하고 청소년 체험공간과 창작공간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양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항과 광양에도 추후 건립을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포스코의 ‘서울숲 청소년 창의 마당 조성’ 사업의 일방적인 발표에 포항지역과 연계된 포스코 미래비전을 기대하고 있었던 많은 시민은 망연자실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포항시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난 50년 동안 동고동락 해온 포항시민들에게 미래비전 사업을 제시하지는 않고 포스코 건설과 관계없는 서울시에 수천억 원의 청소년 창의 마당 조성을 발표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이는 포스코가 50년 동안 공해 등 온갖 어려움을 감수해 온 포항시민들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서울시에 거대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로 개헌안을 통해 ‘지방분권’을 핵심의제화하는 마당에 포스코의 ‘서울숲 청소년 창의마당’ 사업의 깜짝 발표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포항경제는 포스코가 건설된 이후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한파를 겪고 있다. 지난해 11·15 지진으로 기업유치의 어려움과 인구감소, 경기침체,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안전도시 조성 현안 등 최대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미래 비전 내용 중에 그 어디에도 포항시민을 위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효고현 고베시의 경우, 지난 1995년 발생한 규모 7.2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고베시를 되살린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고베의 재생’에 앞장 선 고베시와 ‘고베제강’등 지역기업들의 합작의 결과였다고 한다.

고베제강이 고베항 주변에 에너지 타운을 조성해 700여 개 업체가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솔선수범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지진으로 더욱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살리는 포항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기는커녕 인구와 재원, 각종 특혜가 집중된 수도권 중심부 서울에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포항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포스코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함께 숱한 질곡 속에서 부침을 거듭해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언제나 그 든든한 뿌리이자 버팀목은 포항시민이었다”며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지난 50년 동안 함께해 온 포항시민들과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회사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성원해 준 국가와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포항, 광양, 서울에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과학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과학기술 교육체험관을 각각 건립할 계획”이며 “특히 포항에는 폐교되는 서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건립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효자아트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다양한 공연 등을 통해 지역민들의 문화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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