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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재벌기업 모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의 물세례 갑질과 그릇된 언행으로 연일 언론이 떠들썩하다. 2014년에는 그의 언니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태로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재벌 3세들의 잘못된 인식과 언행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재벌의 기원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고 해방이 되면서 일본이 남기고 간 재산인 적산(敵産)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적국(敵國)인 일본이 패망하면서 남기고 간 국·공유재산 및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하여 축적된 재산인 적산은 미 군정에 귀속되었다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한민국에 귀속되어 귀속(歸屬)재산이라고도 한다.

해방 당시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공장은 남한에 있는 공장 중 85%에 달하여 귀속재산의 비중이 남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컸다.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에 귀속된 적산은 엄청난 헐값에 민간인에게 불하되었는데 이때 귀속재산을 불하받은 사람들은 해당 공장의 직원 등 해당 기업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우선으로 뽑혔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인 및 관료들과의 결탁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에 의하여 불하된 적산기업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한화그룹, 두산그룹, SK그룹, 해태제과, 동양시멘트 등이 있으며 삼성그룹의 신세계백화점도 그 당시 불하받은 귀속재산이다. 이와 같은 귀속재산이 재벌의 바탕이 되었다.

한국전쟁은 재벌들에게 돈벌이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전쟁의 와중에 재벌들은 물자 부족과 물가 앙등을 이용하여 급속히 부를 쌓았다. 그리고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위하여 미국과 일본 등에서 빌려온 원조자금과 차관을 재벌들에게 엄청난 저금리로 빌려주었고 수출하는 기업에게는 소득세를 절반만 내도록 했다. 또한 박정희 정부는 불황의 조짐이 보이던 1972년에는 8·3조치를 통하여 재벌기업과 사채권자의 채권·채무관계를 모두 무효화하고 새로운 계약으로 대체함으로써 사채시장에서 고리 단기 사채를 끌어다 쓰던 관계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던 재벌기업들의 숨통을 일시에 트여 주었다.

이러한 정부의 특혜와 정경유착 그리고 국민의 희생 속에서 재벌들은 성장하였다. 물론 재벌이 성장하는 동안 이병철, 정주영 등 재벌들의 기업가 정신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재벌들의 성장은 엄청난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인 만큼 재벌들은 국가와 국민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천민자본주의의 사고로 재벌 2세, 3세들이 자신들의 재산이 마치 자신들만의 노력에 의해 일구어진 그들만의 재산인 것처럼 착각하고 국가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한다면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이 낙후된 후진국이었으므로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본의 생성과 집중을 위하여 재벌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 분배의 불공정과 불평등한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재벌 2세, 3세들은 자신들이 탄생하게 된 그 역사성을 잊은 채 문어발식 확장과 하청업체에 대한 엄청난 갑질을 일삼으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나 실제로 가계가 처분할 수 있는 개인총처분가능소득은 국민소득의 5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60-7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중에 기업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내에서도 너무 크고 서민들의 몫은 이보다 훨씬 적다. 재벌 등 소수 부유층이 가져간 가계소득은 소비에 일부밖에 사용될 수 없고 나머지 대부분 돈은 그들의 재산을 늘리거나 토지 등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서민들의 몫이 많아져야 소비에 충당되는 돈이 많아지고 소비가 내수시장의 확대로 이어져 건전한 국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세계은행은 “불평등한 성장은 소득의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 할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소득의 불평등은 빈부의 격차를 가져오고 신분의 고착화로 인하여 국가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재벌 등 소수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누진적 증세와 토지제도 개혁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중산층의 회복과 건전한 시장경제의 활성화로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가 경제가 새롭게 성장해야 할 때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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