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은
반은 버려야 돼.
끝물은 썩었어. 싱싱하지 않아.

우리도 끝물이다. ?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제철이 아니야.
하지만 끝물은
아주
달아




감상)그녀가 끝물이라며 자두 소쿠리를 내밀었을 때 나는 다음에요, 하고는 그 앞을 지나왔다. 그녀도 나도 다음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오래 전 언젠가 그런 약속을 한 적 있다는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처럼 숙연해졌다. 다음이라는 말, 누군가에게는 다시 필 꽃이겠고 누군가에게는 돌아오지 않을 꽃이겠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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