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포스코 회장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순실 사태와 엮여 끊임없이 사퇴압력을 받아왔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결국 퇴진하기로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긴급 이사회를 마치고 “새로운 100년 만들어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변화 필요하다”며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권 회장은 임시이사회에 들어가기 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답해 자신의 거취문제가 이날 이사회의 안건이 될 것임을 내비쳤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2014년 제8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포스코 창립 후 사상 최초로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최악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에 들어가 지난해 말 140여 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조6551억 원, 영업이익 4조6218억 원, 당기순이익 2조973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3%, 영업이익 62.5%, 순이익 183.7%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영업이익률도 7.6%로 전년도 5.4% 비해 2.2%p나 개선됐다.

이는 사상 첫 96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 2015년 이후 2년 만의 실적으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비대해졌던 사업구조 개편 및 구조조정의 결과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2014년 권 회장이 취임하기 전 국내 계열사가 무려 230개에 달했으나 지난해까지 구조조정과 부실회사 정리를 통해 48개로 줄이는 한편 이를 통해 부채 탕감 등에 사용하면서 재무건전성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 2014년부터 세계적인 철강과잉 공급문제와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권오준 회장의 거취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시절인 지난 2014년 취임한 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최순실 사태와 관련돼 가장 먼저 검찰조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조기사퇴 문제가 거론돼왔었다.

특히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등 해외 순방 때마다 패싱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은 끝에 올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퇴할 것이라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졌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주주총회는 평소 분위기대로 치러졌으며,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미래 50년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루머가 루머로 끝나는 듯했지만 결국 이날 용퇴를 결정했다.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내밀었지만 최근 KT 황창규 회장이 후원금 지원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측에 따르면 최근 권 회장이 공식적으로는 직무수행 의지를 밝혔지만 일부 측근에게 “포스코의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사람이 맡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부담을 받아 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014년부터 강력히 추진해 왔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경영안정이 이뤄지는 등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만큼 현 정부와 정책기조를 맞출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해 포스코의 미래를 기약하는 방향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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