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간다 육신을 두드려 놓고 떠나온다 허공을 헤매는데, 묶어줄 사람 어디, 없나 살아있는 거라곤 나밖에 없나 육신을 바라본다 저건 나의 것이었나…정말, 내가 견뎌 온 것이었나 저 육신을 향해야 한다 이것을 영원한 헤엄이라고 하자 공기가 흐르고 벽이 흐르고 이 밤은 저 육신 속으로 흘러드는데 나는 …언제 도착하나 어두운 풍경처럼 깊어만 가나 전등이, 누누물만 한빛을 낳는다 형체 속으로 침입한다 나만, 지구의 배치처럼 돌고 있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는 밤 내가, 감당해야 하는 밤, 허공은 창백하다 그래서, 이것은 창백한 꿈인가 해산해 버린, 누군가 부려놓은 메아리인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잠 나는 가야 하는가 저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가 마침내 떠나보내야, 살아 있을 수 있는가







감상) 떨어져 누운 동백을 찍어 보내왔다. 오랫동안 그 평온한 아름다움에 빠져 보았다. 그러다 나는 그들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졌다는 걸 알았다. 그들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내 방 안에 가득해졌다. 그 소리 때문에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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