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 맡는게 좋겠다" 밝혀
새 정부 출범 후 사임 압박설···차기 총수 선임 절차 돌입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연합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포스코 회장 교체설이 결국 18일 현실화 됐다.

포스코는 18일 오전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권오준 회장이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차기 CEO선임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 권오준 회장은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CEO를 맡는게 좋겠다”며 사내외 이사진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한 이사들은 권회장에게 사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4년에 걸친 구조조정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았으며, 창립 50주년 행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 5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변에 사퇴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포스코의 설명을 곧이 곧 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권회장은 4년간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230개에 이르던 계열회사를 48개로 축소시켜 재무건전성을 포스코 창사이래 가장 강건하게 만들었으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조 6551억원, 영업이익 4조 6218억원, 당기순이익 2조 9735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2015년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9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2년만의 성과로 4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비대해 졌던 사업구조 개편 및 구조조정의 결과다.

또한 지난달 31일 창사 50주년 인터뷰에서도 100년 기업을 위해 리튬을 비롯한 소재산업과 바이오산업 등 신성장동력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까지 내비쳤었다.

그런 그가 18일 임시이사회를 개최 ‘건강상의 문제와 미래 100년을 위해 용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 보다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순실씨와의 연루설로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트럼프 정부가 철강분야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강화하고 있던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단에서 빠지면서 조기사퇴설이 고개를 들었다.

권회장은 이후 같은 해 11월 인도네시아와 12월 중국 방문 당시에도 방문단에 이름을 올리 못한 데다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 일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부담이 커졌던 것이 사퇴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물러난 정준양 전 회장 역시 박근헤 대통령 중국 방문 당시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 방문 사절단에서 제외됐으며, 국세청 세무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두고 사의를 표했다.

당시에도 정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밝혀 18일 권회장 사퇴와 관련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구택 전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정준양 전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었다.

이 때 역시 이 전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며 비슷한 이유를 밝혔다.

포스코가 지난 2000년 완전 민영화가 되기 전에도 고 박태준 초대회장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1992년부터 1994년까지 황경로·정명식·김만제 전 회장이 1년 단위로 바뀌었다.

또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사퇴하는 등 역대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조기사퇴의 수순을 밟아 왔었다.

포항지역 한 인사는 18일 권오준 회장 사퇴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년여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일이 결국 종착점까지 온 것 같다”며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뀌는 관행이 언제 끊어질 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지금 포항은 지진피해로 인한 경기침체와 세계적인 철강 무역장벽 강화 등 내외적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며 “포스코가 지향하는 목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차기회장으로 선출돼 포스코의 안정은 물론 포항 경제가 안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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