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10~20기, ICBM 수십기 보유"…당전원회의서 비핵화 언급없어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정은 모습. 2018.4.21 연합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것은 일단 핵 능력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21일 공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내용을 보면 ‘비핵화’는 물론 완성된 핵무기와 ICBM 처리와 관련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날부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한 것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고 핵능력 동결 수순을 밟겠다는 걸 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핵동결 절차에 들어감으로써, 남북 및 북미대화를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안전보장·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우선 북한이 전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주재로 연 전원회의의 핵심은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사전에 ‘핵·ICBM 동결’ 의지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물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현실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북한의 이런 조치들은 회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면서 핵실험 중지와 ICBM 시험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쇄를 주문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선 상당히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힌 데서도 미 행정부의 기류를 읽을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실험과 ICBM 발사중지) 유예를 공식화하면서 핵시험장 폐쇄로 동결과 불능화 단계까지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출발했다는 방향성과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속에서도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ICBM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노동당 전원회의 내용에서 북한이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ICBM을 당장 폐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욱이 북한이 6차례 실시한 핵실험 과정에서 완성한 핵무기의 보유를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계속 고집하면, 차후 북미 대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10~20기의 핵무기를 완성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최소 20기에서 최대 100기 정도 개발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국방부도 ‘2016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인 플루토늄을 50여㎏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최소 4∼6㎏의 플루토늄이 필요해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보수집의 제한으로 북한이 몇 기의 핵무기를 만들어 보관 또는 배치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라늄탄 1기 제조에 고농축우라늄 15~20㎏이 소요되어 이론적으로는 연간 2기의 우라늄탄을 제조할 능력을 갖췄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에서 완성된 핵무기뿐 아니라 핵물질 보유시설 및 보유량, HEU 시설 등이 모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NPT(핵확산금지조약) 복귀나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 등 국제규범의 틀 안으로 들어와 책임 있게 행동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작년 11월 29일 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화성-15형’(사거리 1만3천㎞ 이상)을 비롯한 ICBM급 미사일도 최소 10여 기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작년 5월 14일 ‘화성-12형’(사거리 7천㎞ 이상),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사거리 1만㎞ 이상)을 각각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들 3종류의 ICBM급 미사일만 10여기를 제작했을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 ICBM도 향후 비핵화 협상 때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북한은 현재 상태에서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물론 괌을 비롯한 서태평양의 미국 영토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고, 미국 본토 공격의 잠재력도 과시하고 있다”면서 “수소폭탄과 ICBM 능력을 입증한 상태에서 핵 동결을 교환하는 미북평화협정을 강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