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환경 변화 꾀하며 자본주의 요소 도입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로 지어진 삼지연 감자가루생산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하며 경제발전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면서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핵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그는 특히 “당면 목표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를 발전시켜 북한 주민들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욕이 읽히는 대목이다.

주민들에 대한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작년 신년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며 주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는 2012년 집권이래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경제개혁 실험을 해 왔다.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완전히 허용했으며 경제 각 부문에 시장 경제적 요소를 대거 수용했다.

공장 기업소에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해 각 생산주체에 생산 및 분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조처를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협동농장 말단 단위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제에 가까운 ‘포전담당제’를 시행했다.

특히 이들 조치는 생산주체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사회주의 평균주의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북한 경제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축으로 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였고, 이는 북한 경제를 더 옥죄어 질식상태로 몰았다고 할 수 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 실린 ‘2017년 북한 거시경제동향 평가 및 2018년 전망’에서 “대북제재로 2017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분명히 위축되고 산업활동과 농업생산도 정체 또는 위축되는 양상이 관찰됐다”며 “2018년은 생산과 무역, 소비 등에서 더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핵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것은 북한을 둘러싼 대외환경을 변화시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자 1면에 전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평양에서 개최된 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연합
1970년대 말 중국이 미국과 정상회담과 수교를 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개혁개방조치를 취해 경제발전을 이룬 상황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등 외교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요소를 수용하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온다.

최근 북한의 경제지에서 상업은행에 대한 언급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보면 금융개혁 등을 통해 경제시스템을 변화시켜나갈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권력의 중추인 노동당의 조직들과 내각의 역할 제고를 역설했다.

그는 모든 당조직이 “모든 일꾼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진수와 정당성을 깊이 인식시키고 그 관철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직정치 사업”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했다.

핵 대신 주민들의 생활을 유족하게 하기 위안 경제발전에 올인한다는 명분과 논리를 주민들에게 주입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내각 관료들에게 “경제사업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바로 차지”하는 동시에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이 북한 권력구도에서 맨 하위에 있어 내각의 지시와 발언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직접 강조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과학과 교육의 중요성도 별도 의제로 다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핵화를 통해 외국과 활발한 첨단 과학기술 및 인재육성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이뤄내려는 의지로 보인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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