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능력 과시하며 경제건설로 갈아타기…北 대내 설득 논리인 듯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結束)’한다고 밝히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면서 병진노선의 시대가 5년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결속은 하던 일에 일정한 결말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쓰여있고, 북한에서 주로 그런 용도로 사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1면 기사 헤드라인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긍지높이 선언하시고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하시었다”는 표현으로 당 전원회의 내용을 요약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의 보고에서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핵강국으로 재탄생”, “우리의 힘을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에까지 도달시키고 …” 등의 표현을 통해 목표한 수준의 핵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역설하며, 이를 경제 건설에 전력을 기울여 나가기 위한 명분으로 삼았다.

핵을 완성한 만큼 자신의 ‘정책 브랜드’와도 같았던 핵·경제 병진노선을 일단락짓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개최된 당 전원회의인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내세우고 이런 내용을 담은 결정서를 채택했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밝힌 두 결정서를 채택함으로써, 5년 만에 똑같은 절차를 밟아 새로운 노선으로 옮겨간 셈이다.

거슬러가보면 북한은 2013년 당 전원회의 이후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하며 핵·미사일 능력 완성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해 왔다.

김 위원장은 병진노선 채택 당시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우리 인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는 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적 노선”이라며 그 정당성을 선전한 바 있다.

이어 2016년 5월 당 대회에서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당시 당 대회에서 북한은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킨다는 내용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남북·북미정상회담 추진 국면에 접어들자 ‘새로운 병진노선’ 같은 다소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등 달라진 태도도 내비쳤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병진노선을 사실상 정리한 만큼 북한이 앞으로 새 전략노선을 명문화하는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 당규약에 북한의 전략적 노선으로 경제건설 등을 명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비핵화 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앞으로의 협상 카드로 남겨두는 듯한 태도를 보인 만큼, 현재 헌법 서문에 명시된 ‘핵보유국’ 표현 등은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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