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서부터 설화, 전설, 속담, 민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호랑이는 이야기나 그림 속에 존재하는 동물이 됐다. 단군신화에 곰과 함께 등장하는 호랑이는 남한에서는 1920년대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포획기록이 없다. 

개화기 이전 한국은 호랑이가 아주 많은 나라로 유명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던가 ‘호랑이가 된 효자’ 등 호랑이와 관련된 설화, 전설, 속담이 아주 많았다. 일제 강점기 무분별 포획과 산지의 벌목으로 남한에서 호랑이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화에 ‘까치 호랑이’ 그림이 있다. 말 그대로 소나무와 까치를 배경으로 호랑이를 중심에 놓은 그림이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벽사진경의 대표적인 민화다. 까치는 길상조로 복을 부르고,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한다. 주인공 호랑이는 산신의 심부름꾼으로 잡귀와 액을 물리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에 살았던 호랑이는 ‘백두산호랑이’다. 학계에서는 ‘시베리아호랑이’나 ‘동북아시아호랑이’로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호랑이’로도 불린다. 일부에서는 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와 백두산호랑이를 별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산림청이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문수산과 옥석산 일대 5179㏊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조성해 내달 3일 정식 개장한다. 백두대간수목원의 최고 자랑거리는 호랑이 숲이다. 축구장 7개 면적인 4.8㏊나 되는 숲이다. 작은 우리 속이 아니라 호랑이가 뛰노는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현재 백두산호랑이 3마리가 살고 있다. 한청과 두만, 우리다. 조만간 일반인들도 늠름한 한국호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또 한 가지 희소식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으로부터 민족의 영물인 백두산호랑이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부로부터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정상회담 기념으로 백두산호랑이를 들여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방사하는 것이 논의 중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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