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시험장 폐기·ICBM 발사 중단···北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 표명
미국 요구 '사전조치' 적극 회답···27일 정상회담에 지구촌 눈 쏠려

4·27 남북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비핵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북미 간 담판으로 결정 나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과에 따라 그 가능성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남북미 3국 정상들의 입에서 매일 같이 긍정적 메시지가 흘러나오면서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북미 간 적극적인 대화 의지 속에서 회담을 준비하고 있고, 회담 성공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성의를 서로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종식과 안전보장을 말할 뿐”이라고 해 남북미가 오롯이 내세우는 비핵화라는 큰 틀의 합의 자체가 무난할 것임을 내비쳤다.

북미 간 흐름도 순조롭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 조건을 타진하고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을 가늠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사전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 동결의 입구로 평가되는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중단에 이어 ICBM 발사 중단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 담판을 지을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9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한 데 이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선언 직후 트위터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도 전날 공식 논평을 내고 북한의 조치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될 ‘선언’에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강한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상선언문 수준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선언 수준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을 출발점으로 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역시 비핵화 로드맵과 맞물려 있다. 한반도 대결구도를 끝내겠다는 평화협정 체결은 그 최대 위협 요소인 ‘핵 없는 한반도’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비핵화와 종전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선언 형식으로 천명한 뒤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선언을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또 다른 당사국인 중국 등을 참여시켜 비핵화로 가는 각 단계에서의 ‘행동과 보상’에 대한 북미의 실행력을 담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벌어질 일련의 ‘큰 판’에서 비핵화 선언과 함께 그 방법론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등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등의 선언은 미래에 대한 위협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완성단계의 ICBM을 어떻게 해체하고 폐기하느냐에도 집중하고 있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대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겹치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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