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둘러 싼 갈등 고조···유럽 대러 재제 움직임
물동량 40% 러시아 집중···美 동참 요구 땐 심각한 타격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의 시리아 군사공격 이후 러시아와의 ‘신냉전 체제’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물동량이 상당한 포항 영일만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영·불 연합군은 지난 14일 내전 중인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것과 관련 미국이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이 공격 직후 러시아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은 피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계 각국은 이번 공습이 시리아와 동맹국인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경고를 보냈다는 평가다.

특히 시리아 공습 이후인 15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된 장비거래 업체들을 직접 겨냥해 신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러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18일 미국이 제재계획을 연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일 러시아의 거대 알류미늄 기업인 루살 등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2주 동안 30%가량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프랑스와 독일 등이 제재완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러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러시아 물동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항 영일만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물동량 다변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개항한 영일만항은 지난해 겨우 10만3659TEU의 물동량을 기록할 만큼 개항 9년 차인 지금까지도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영일만항의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국내 최대 컨테이너항만이 부산항과 인근 울산항과 인접해 있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영일만항 물동량 9만1271TEU 중 러시아 물동량이 3만7182TEU로 전체물동량의 40%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역시 전체 10만3659TEU 중 37%인 3만917TEU에 달했다.

이에 앞서 쌍용자동차 물동량이 중단되기 전인 2014년에는 러시아 물동량이 5만5212TEU로 전체 물동량의 50%를 훌쩍 넘을 만큼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16일 현재 1만5436TEU의 물동량이 러시아로 향해 전체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러 간 긴장이 고조돼 미국의 제재 요구가 높아지게 되면 물동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앞으로 안정적인 항만 성장을 위해서는 물동량 다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러시아로 향하는 물동량 대다수가 일본 마쓰다 자동차의 완성 자동차 분해 및 해체 물량이어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마쓰다는 과거 쌍용자동차와 같이 완성차를 수출할 경우 부과되는 관세에 비해 분해 및 해체를 통한 부품형태의 수출관세가 낮다는 점을 이용해 영일만항에서 분해·해체 후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두운영사인 포항영일만신항(주)측은 “쌍용차 물량이 줄어들면서 러시아 물동량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고, 미-러 간 대립이 극도로 심화할 경우가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국제동향을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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