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의사일정 못 잡아···국민투표법 처리 사실상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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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위해 필요한 국민투표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23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처리된 후 공포되지 않으면 지방선거일인 6월 13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는 건 시간 상 불가능한데 여·야 정쟁으로 국회 일정이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22일까지도 국민투표법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닷새째 국회 본청 앞에서 철야 천막 농성을 이어가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같은 이유로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따라서 23일에도 국민투표법 처리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월 개헌투표의 선행 요건인 국민투표법 개정이 어려워지면서 정치권은 하반기 개헌 추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재외국민 참정권을 보장하고 안정적 재외투표 관리를 위해 지방선거 투표일 50일 전인 오는 23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공포돼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21~22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 국민투표법 처리는 이미 20일 완료됐어야 했다.

이에 따라 여당과 야당은 각각 6월 개헌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비협조로 개헌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공표하고 청와대는 정부 개헌안을 철회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투표법(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6월 동시투표는 물론 개헌도 물 건너간다”며 “20대 국회는 최악의 무능 국회, 민심을 저버린 배신 국회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개헌 내용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붙인 여당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여야 4개 교섭단체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패키지 여행상품처럼 들어가면 국민이 냉철하게 판단하겠냐”며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언제든지 국민 투표를 하면 된다”고 밝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개헌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국회 합의안 마련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개헌연대를 구성했다. 이들은 조만간 ‘3당 개헌 단일안’을 발표하고 민주당과 한국당에 중재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추가 개헌 논의 가능성은 불확실 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별도의 개헌 투표를 하기엔 추가 비용과 투표율 제고 방안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6월 국민투표는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개헌 자체가 수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비록 여야가 개헌 시기나 내용을 놓고 입장 차가 있지만 개헌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데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아 개헌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이 ‘6월 개헌안 발의·9월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했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비상대책으로 ‘선(先) 개헌 내용 합의·후(後) 개헌 시기 조절’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연내 개헌투표를 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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