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 또 번복 ‘만신창이’

자유한국당 대구 동구청장 공천 후보를 선정하는 대구시당 공심위의 오락가락 행태가 비난을 넘어 각종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중앙당 공관위의 지침이나 논의도 없이 대구 공심위가 일방적으로 공천 후보 확정 결정을 번복하고 재경선 논의도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앙당 공심위로부터 권고를 받았다는 경선과 관련한 공문까지도 허위 의혹이 일면서 향후 법적인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동구청장 후보 공천은 지난 7일 대구시당 공관위가 지역 당협위원장(정종섭 의원)의 추천으로 권기일 후보를 단수추천했다.

하지만 뒤늦게 중앙당 공관위의 경선 권고(지침)가 무시됐으며 대구 공관위조차 동구청장 후보 선정을 위한 논의를 제대로 못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당원 및 타 후보들의 반발을 샀고 이 같은 논란이 중앙당에 보고되면서 후보 선정이 단수추천에서 경선으로 뒤바뀌었다.

이에 대구 공심위는 공천 내정이 번복된 권기일 후보에게 기득권을 주기 위해 배기철·오태동·윤형구 후보 3인을 대상으로 1차 경선(여론조사)을 실시해 1위 후보와 권 후보가 최종 2차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 19~20일 1차 경선 결과 배기철 후보가 1위에 올라 21~22일 배기철·권기일 후보가 최종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20일 오후 권 후보가 단수추천 번복에 항의하며 2차 경선 불참을 선언했고 대구 공심위는 중앙당과의 조율을 거쳐 배기철 후보를 동구청장 후보로 최종 의결·발표했다.

하지만 뒤늦게 권 후보가 경선 참여를 표명하면서 김상훈 위원장은 공관위원들에게 위임장을 받아 재경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일부 위원은 위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1일 오전 배·권 후보와 김상훈 위원장은 대구시당에서 면담을 갖고 3차 경선을 논의했지만, 권 후보의 주장(여론조사에 타이틀(직함)을 빼고 이름만 넣자, 자신이 무조건 1번으로 해야 한다, 정치신인 가산점을 빼자 등)과 배 후보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당 내외에서는 권 후보의 주장이 선거법 위반(여론조사 순번 고정) 소지가 있고 중앙당 지침(가산점 부여)에도 위배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결국 가산점 부담 때문에 이 같은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3차 경선 논의에서는 김상훈 위원장이 중앙당 공관위 결정사항이라며 ‘가산점 부여나 일체의 다른 변수 없이 경선을 하라’는 내용을 후보들에게 밝혔지만, 실제 중앙당 공관위는 이 내용을 심의 또는 의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20일 자 대구시당에 전달된 중앙당 공관위 공문이 허위일 가능성이 농후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한국당 내부에서도 공문이 대구시당에 전달된 시점이 배 후보가 1위를 확정한 날과 겹치는 데다 이 공문이 중앙당 공관위와 관계가 없는 사무부총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대구시당 공관위의 결정이 오락가락하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다수의 당원들은 “정당 선거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공심위 의결 공표 후 2~3시간이 지난 시점에 아무런 하자 등의 설명 없이 공관위원장이 직전 결정을 부인하고 3차 재경선 결정을 내린 것이 과연 효력이 있느냐”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바른미래당이 접수하고 있는 동구를 탈환하겠다는 한국당이 어이없는 행태로 누더기 같이 변해 오히려 표를 깎아 먹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