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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언젠가 미국해군연구소(USNI)는 세계 해군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함선 일곱 척을 발표했다. 영광스럽게도 ‘거북선’이 포함됐다. 항공모함, 아이오와급 잠수함, 첫 원자력 추진 잠수함 노틸러스, 범선 컨스티튜션 등 4종류의 미국 함선과 영국 전함 드레드노트, 그리고 독일 경순양함 엠덴 등이다.

거북선은 제일 오래된 싸움배로 명함을 올렸다. 태종실록에 처음 등장한 거북선은 조선 말기까지 존재했다. 1899년 선교사 헐버트는 ‘철판으로 감싼 거북배’의 존재를 지구촌에 알렸으나, 이는 한바탕 오보였다. 거북선은 단단한 소나무로 장갑을 하고 위에다 못을 박았을 뿐 철갑은 아니다.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최초의 철갑선 군함으로 공인된 적이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포항의 포스코 대로를 지나 구룡포 방면으로 가노라면 ‘해군 6전단 항공 역사관’이 있다. 바로 옆쪽 ‘몰개월 비행기 공원’에는 야외 전시된 군용기가 눈길을 끈다. 전시실엔 이순신의 시구에서 땄다는 이승만 대통령 친필 휘호 ‘서해’가 보인다. 특히 홍보실 안내 데스크 벽면에 쓰인 ‘높은 곳에서 넓고 깊은 바다를 지킨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해군의 임무가 거두절미 함축된 듯해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을 지키는 해군을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근자 강원도 양양에 군복무 중인 조카가 휴가를 나왔다. 반환점을 돌은 상병으로 중고참 티가 늠름하다. 스포츠형 머리에 흰색 정모를 쓰고 검은색 동정복과 흑단화의 윤광이 반지르르한 차림새. 육군보다 한결 멋쟁이 패션이다.

카페에 들러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우리 세대는 군문의 대선배이자 사나이들 공통의 화제가 아닌가. 그때의 추억과 현실을 대비시키니 시대의 변천이 실감난다. 정말이지 군대 문화는 포복절도할 만큼 바뀌었다.

해군 병사는 수병이라고 칭한다. 이들의 일상은 육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7시 기상하여 조식 후 8시 사무실 출근하고 청소가 끝나면 일과가 시작된다. 9시경 간부가 오늘 할 일을 병들에게 전파한다. 주로 제초작업·교육·방호훈련 등이라고.

조카는 전기병인 관계로 전기 설비 관리와 고속정 입항 시에 기름 공급 직무를 맡았다. 일과는 5시까지이나 다양한 지원 업무로 시간외근무가 빈번하다. 오후 3시 반부터 5시까지 자율 체육 활동 시간. 이후로는 취침 때까지 자유롭게 생활한다. 대부분 독서·인터넷·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축구로 보낸다고.

일과 중의 여가엔 주로 자격증을 공부한다. 조카의 경우 전기산업기사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실기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국사능력검정과 컴퓨터 자격증에 도전하는 동기도 많다. 호칭은 계급 대신 선임이라 부르거나 후임은 그냥 이름을 부른다. 식사는 장교를 제외하고 같은 식당을 이용한다고.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군 병력 62만 명을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육군 복무 기간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둘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연계된 변수. 병력 자원이 줄어들면서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원 조달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부사관을 확충하는 것도 방안이라 여긴다. 고대 로마 제국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군제를 개혁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 안정. 작금 청년 실업이 극심한지라 직업 군인을 확대하면서 소수 정예로 재편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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