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인 23일까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열려야 하는 4월 국회는 23일까지도 개점 휴업 상태다.

다만 국외 부재자 신고 기간 등을 줄이면 27일까지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늦출 수 있다고는 하지만 민주당원 댓글조작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여부나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 이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여야 대치 상황을 고려하면 개헌은 현실적으로 6월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게 됐다.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여야는 서로 간 손가락질을 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 뻔하다. 민주당은 야당이 4월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아 6월 개헌이 물 건너갔다고 할 것이고, 야당은 정부 여당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야당에 요구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할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6월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을 공약했지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시한을 넘기고 있다. 온 국민이 이른 바 30년 전 ‘87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으로는 선진국에 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제도적으로 뜯어고치고, 중앙과 지방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민의를 외면한 정치권이 개헌 정국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왔다. 여야는 국민과 약속한 6월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을 엄중히 느껴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타협을 통해 개헌문제의 출구를 찾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여야가 개헌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어서 개헌의 동력은 살아 있다지만 자칫 개헌 무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안 발의 9월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했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비상대책으로 선(先) 개헌 내용 합의 후(後) 개헌 시기 조절을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6월 이후 개헌논의에도 암초들이 많다.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선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총선과 연계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얽힌 총선에서 개헌에 관심을 두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여야 간 개헌 내용과 권력구조 개편 방향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정치권은 지방분권형 개헌의 국민적 여망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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