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이 있듯 집에도 이름 있다

21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는 집에 이름을 붙이는 ‘우망헌기(憂忘軒記)’ 현판 상량 행사가 동네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집에도 당호(堂號)라는 이름이 있었다.

당호란 성명 대신에 그 사람이 머무는 거처의 이름으로써 인명을 대신하여 부르는 호칭이다. 예컨대 신사임당에서 “사임당”이나 여유당 정약용에서 “여유당”이 당호다.

오래된 정자나 한옥 집에 가면 당호 현판이 걸려 있는 곳이 많다. 예전에는 주소 대신 당호로 집을 찾아가곤 했다. 요즘은 당호 대신에 아라비아 숫자로 동 호수를 표시한다.

단독주택에 살아도 집에 이름을 짓는 옛 조상들의 아름다운 풍속을 이어가는 사람은 요즘 거의 없다. 종가나 가풍 있는 한옥을 짓고 현관에 당호를 걸어 놓는 사람들은 간혹 있다. 한옥의 기풍에 잘 어울리는 명패인 것 같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집에도 이름을 지어서 삶의 정신적 목표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시골 마을이 있다.

21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는 ‘우망헌기(憂忘軒記)’ 현판 상량 행사가 동네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기문(記文)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집에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삶의 정신적 목표를 두는 것입니다. 근심을 잊고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우망헌으로 지었습니다” 집 주인 정진호 ((주)코콤 전무) 씨가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또 정진호 씨는 “지난해 여름에 경주에 사는 현암 최정간 선생이 당호 편액 글씨를 주었고, 올해 3월에 경북 다인 출신의 둔굴재 김부일 선생이 기문(記文)을 지어주어 상량식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현암 최정간 선생은 박물관을 건립한 고(故) 석당 최남주 선생의 아들이다. 당호는 집의 이름이고 기문은 왜 그 이름을 짓게 되었는지에 대한 일종의 설명서다.

현재 우망리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5~6개의 당호가 있는데 우망리 청년회는 앞으로 이를 확대해서 당호를 걸어놓을 계획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당호는 ‘양오당(養吾堂), 돈목당(敦睦堂), 만송정(晩松亭), 운곡제(雲谷齊)’ 등이 있다.

우망리 청년회는 색깔이 있는 마을 사업의 하나로 집마다 당호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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