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등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혐의 입증판단 가능 사례 10여건

▲ 채용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채용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밤 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오전 9시 30분께 변호인과 수척해진 얼굴로 검찰청사에선 박 전 은행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박 전 은행장은 2014년 3월 27일 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2016년까지 외부 청탁을 받은 10여 명의 지원자 채용과정에서 성적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혐의 입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만 10여 건인데,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소환조사 결과를 종합해 채용비리 관련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미 그는 비자금을 만들어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태다.

박 전 행장은 2016년 자신을 운전기사 자녀 채용과 관련해 위법한 지시를 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을 포함해 2016년 신입사원 채용 당시 임직원 자녀 3명의 사례를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전 인사부장 등에 대한 수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10여 건의 혐의를 확인했다.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하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전 인사부장은 구속 기소된 상태고, 전 부행장과 인사채용담당자 등 3명은 입건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채용을 청탁한 인사들의 리스트를 확보했지만, 단순하게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경우 처벌이 어렵다”며 “협박이나 대가 관계가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어 대대적인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행장은 또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소위 ‘깡’ 수법으로 30여억 원의 비자금을 만든 뒤 1억800만 원 상당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봉사단체인 DGB 금융그룹 부인회에서도 수천만 원의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은행이 부인회 명의로 자선기관에 기부금을 내고, 부인회에서 현금으로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1975년 ‘대구은행 부인회 봉사단’으로 출발한 DGB 금융그룹 부인회는 박인규 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지점장 배우자 등 320여 명이 활동하는데, 매년 120차례 봉사활동을 했다. 박 행장 아내가 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지난해 말 활동을 중단했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비자금 조성 사실은 확인했지만, 개인 용도로 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기소가 어렵다”고 했다.

이와는 별도로 박 전 행장은 수성구청이 대구은행이 판매하는 채권형 펀드에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10억여 원의 손실을 보게 되자 이화언·하춘수 전 은행장 등 13명과 이자 상당 2억 원을 보태 모두 12억2000만 원을 보전하도록 주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도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박 전 은행장을 입건한 상태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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