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는 행성의 저녁에서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 잔 차를 끓이고 있노라면

밤은 비단처럼 부드러워지고

한 세월 잊었던 꿈처럼

지구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며
불곰들 연어를 잡던 풀이 무성한 개울 생각

있었지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밤새 찻물은 끓어오르고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후략)





감상) 며칠 비가 내리고 반짝 햇살이 떴어 내 마음에도 저런 해 떴을까 찾아보는 꿈을 꾸었던 것 같아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날들이 자꾸 늘어 먹지도 않는 사탕을 사서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오후 그래도 내 혀끝에는 그 단맛이 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 오후….(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